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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 없던 도봉 아파트…순식간에 고층까지 불길 치솟았다

김민정 기자I 2023.12.26 11:00:37

경찰·소방 합동감식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성탄절 새벽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현장감식이 26일 이뤄진다.

연휴 마지막 날이자 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봉경찰서는 이날 오전 소방 등 유관 기관과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파트 3층 세대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화재는 지난 25일 새벽 5시께 방학동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발생했다. 불은 발코니를 타고 순식간에 위층으로 번졌고, 화재 발생 3시간 40분 만에 불이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상자 27명은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회복하는 대로 퇴원할 예정이다.

이번 화재는 성탄절 연휴인데다 새벽 시간이었던 만큼 대피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주민들은 정신없이 대피했다가 신발도 못 신고 잠옷 차림에 겉옷도 제대로 못 입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해당 아파트가 완공된 2001년 당시 소방법엔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규정했던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내부 계단 통로가 굴뚝 역할을 하면서 연기가 삽시간에 위층으로 퍼졌다. 건물 바깥의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건물 내부로 들어와 솟구친 것이다.

성탄절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진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 26일 화마의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아파트 외벽 그을음은 17층까지 이어졌고, 새까맣게 그을린 2,3,4층은 유리창도 모조리 깨져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11층에서 사망한 남성 A(38)씨는 대피 과정에서 계단 내 연기를 흡입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저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뛰어내리기보다는 화장실 욕조 등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별다른 범죄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방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를 피해 30대 부부가 자녀를 안고 뛰어내렸다가 남편이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층에서 불이 나자 바로 위 4층에 살던 30대 부부는 7개월, 2살인 자녀를 각각 안고 뛰어내렸다.

추락 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남편 B(33)씨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아내 C(34)씨도 어깨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자녀들은 저체온증을 보이고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B씨는 이번 화재의 최초 신고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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