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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계, 일방향 지체상금에 속앓이…"명확한 귀책사유 따져야"

남궁민관 기자I 2018.10.28 15:03:50

국과연, TMMR 관련 LIG넥스원에 666억 부과
앞서 현대로템 K-2전차에는 1700억 부과 논란
"귀책사유 규명 및 부과금액 현실화 절실"

이주영 국회 부의장 등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2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S&T 중공업에서 열린 국정감사 현장시찰에서 K2 변속기 등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 방산업체들이 정부의 일방향적 지체상금 부과 방식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체상금이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을 징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품 제조·구매의 경우 1일당 계약액의 0.075%의 지체상금을 부과한다. 다만 최근 정부가 정확한 귀책사유 소명 없이 방산업체들을 상대로 이같은 지체상금을 무리하게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079550)은 다대역다기능무전기(TMMR) 관련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666억5000만원 규모 ‘전투무선체계 시제 지체상금’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에 LIG넥스원은 “이번에 통지된 지체상금은 당사의 귀책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당사 과실 100%를 가정해 산술적으로 산정된 금액”이라며 “당사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취지의 면제원을 제출할 예정이며, 국방과학연구소 계약심의위원회 심의에 따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TMMR 연구개발사업 지연의 주된 이유는 행정소요기간이 예상보다 길게 소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지형에 최적화된 성능을 보장하기 위해 연구개발 과정에서 수십차례 전문가 기술검토 및 작전요구성능(ROC)변경 등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같은 귀책사유에 대한 정확한 규명없이 과도한 규모의 ‘미확정’ 지체상금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방산업계 우려감은 더욱 크다. 이번 TMMR 시제 계약의 총 계약금액은 329억원으로, 지체상금은 이에 두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미 과도한 지체상금에 문제점은 여러차례 지적돼 왔던 것으로, 정부는 2015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연구개발사업의 지체상금 상한을 계약금의 10%으로 제한한 바 있다. 그러나 TMMR 사업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면서 과도한 지체상금을 부과받게 됐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체들은 지체상금과 관련 정부에 적극적으로 귀책사유를 소명하고 부과 금액에 대해서도 현실적 적용을 요구해왔지만, 일방향적인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며 “앞선 법률개정의 취지를 살려 업체 귀책사유에 대한 명확한 분석 등을 통해 지체상금 부과 금액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현대로템(064350) 역시 K-2전차 관련 지체상금으로 시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로템은 전차 국산화를 앞세워 2016년 말 남품을 목표로 K-2 전차를 개발·양산했다. 다만 S&T중공업이 납품한 변속기가 결함이 발생하며 K-2전차의 납품 개시일은 2019년 이후로 연장됐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최대 1700억원에 이르는 지체상금을 현대로템에 부과했다.

현대로템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해당부품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로, 정부가 결정한 사항으로 발생한 문제를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선 관계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현대로템 K-2 전차 사례처럼 업체의 귀책사유가 불명확한 건에 대해서도 감독기관이 지체상금을 부과함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방산업체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LIG넥스원은 이번 지체상금 부과와 관계없이 TMMR 전력화 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소명과정을 거쳐 지체상금 면제를 위한 활동에 주력해갈 계획이며, 행여 지체상금이 부과되더라도 충당금을 쌓아놓고 있어 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조 단위 규모로 예상되는 TMMR의 본격적인 전력화에 맞춰 회사 경영안정화와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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