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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참패에 보수야당 좌클릭할까

유현욱 기자I 2018.06.17 16:00:00

한국당, 지난 2월 개정 신보수주의 강령 손질 불가피
바른미래, 출범 넉달여 만 노선 갈등 재점화할 수도
당내선 반발 조짐..전문가들 "시대적 요구에 응해야"

김성태(가운데)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들은 당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나란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두 당은 약속한 듯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구냉전적 태도를 일대 혁신하겠다. 앞으로 보수 진보 프레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재와 압박만을 통한 북핵 해결 방식에 함몰되지 않겠다”며 “북한에 속는 한이 있어도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겠다”고까지 말했다. 이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위장평화 쇼’로 깎아내린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입장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홍 대표 막말뿐 아니라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이 같은 태도가 참패의 원인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당은 선거를 넉 달여 앞둔 지난 2월 ‘국가안보, 자유와 책임, 공동체 정신, 국민통합’ 등 신보수주의 가치를 강조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홍 대표 체제에서 만들어진 이러한 내용의 강령 역시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한 민심 변화에 맞춰 손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주선(오른쪽부터) 바른미래당 대표와 손학규 선대위원장, 김동철 원내대표 등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쳐 만들어진 바른미래당은 사정이 한층 복잡하다. 박주선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같은 날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정체성에 대한 내부 혼란이 있다는 평가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귀담아들어야 한다”며 “보수만 말했지 진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일침했다.

이에 따라 노선 갈등 끝에 보수, 중도, 진보 등 표현을 강령에서 모두 빼고 지난 2월 공식 출범한 바른미래당 역시 국민으로부터 궤멸수준의 심판을 받는 보수 가치를 고집하기보다 중도 노선을 중심으로 외연을 넓히고자 할 개연성이 크다.

특히 당내 호남계 세력으로 분류되는 김동철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선거 이후 수습을 책임진 만큼 대북 정책과 안보 분야에서 이전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회의적인 시선도 공존한다. 당내 또 다른 한 축인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당대표직을 물러나며 “개혁보수의 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철저하고 근본적인 변화의 길로 가겠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6.13 지방선거 개표 결과 17개 광역단체장 중 더불어민주당이 14곳에서 당선됐다.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2곳에서 제주는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사진=뉴시스)
한국당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보수가 다 죽은 줄 알지만 아직 아니다. 콘크리트 우파가 30% 정도 있다는 게 입증됐다”며 “우리당에 실망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열성 우파가 아직 많다. 더는 이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고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정당이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당헌·당규나 강령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국민에 다가서려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했으니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평화와 관련한 부분은 전향적으로 인정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반공 보수 이데올로기에 머물러 있다면 다음 총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자각이 있겠지만, 반공 보수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진 의원들이 정당 이념 지향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긴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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