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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기업은행장 "눈 뜨면 출근하고 싶은 은행 만들고 싶었다"

김보리 기자I 2013.12.27 11:32:46

조준희 은행장 이임식
세상을 떠난 직원들 이름 한 명 한 명 호명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이 이임사를 읽는 길지 않는 몇 분 동안 객석에선 네 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업은행원 출신의 첫 행장인 조 행장이 조직에 남기는 마지막 바람은 ‘눈뜨면 출근하고 싶고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조 행장의 이임식 동안 기업은행 직원들은 함께 웃고 울었다. 이임식 한켠에는 건물 청소를 담당하시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여타 다른 이임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
조 행장은 27일 오전 9시30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이임식을 갖고 “여러분의 인생은 회사와 직장밖에 몰랐던 저희 세대가 살아온 반쪽짜리 인생이 되지 않도록 바꿔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울컥하는 감정에 잠시 이임사가 끊겼다. 그는 “IBK기업은행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무엇보다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고 싶었다”며 덧붙였다.

이어 “저는 일관되게 근무시간 정상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했고 여러분이 믿고 함께 노력해 주신 덕분으로 이제는 IBK기업은행의 문화로 정착됐다”고 언급했다.

조 행장은 먼저 세상을 떠난 백훈기 지점장, 오경의 팀장, 김동군 차장, 엄기주 차장, 이정철 차장, 조은희 과장, 고미정 과장, 문현성 계장, 김여진 계장 등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직원들 복지와 근무여건을 최우선 과제로 이행했던 조 행장의 염원이 묻어났다. 조 행장은 “이 자리를 빌려 무슨 연유에서든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우리 곁을 떠난 직원에게 1만3000여 임직원과 함께 삼가 명복을 빈다”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꿈 전도사’였던 조 행장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 IBK를 ‘참! 좋은 은행’을 넘어 ‘위대한 은행’으로 도약시키는 꿈은 이곳에 남겨두고 떠난다”며 “부디 새로 임명된 권선주 신임은행장을 중심으로 ‘위기에 더 강하고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며 목표 앞에 하나 되는’ IBK 특유의 DNA로 IBK를 ‘위대한 은행’으로 만들어 자랑스런 유산으로 물려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금융환경은 단 한 순간의 방심만으로 조직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기도 할 것”이라며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에 이른다’는 사실을 명심고 낡은 관행과 폐습은 끊임없이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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