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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무서운 빚투'…한은, 亞 주요국 최초 기준금리 인상(상보)

최정희 기자I 2021.08.26 09:45:43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2년 9개월만에 첫 인상
코로나보다 가계빚 1800조 돌파·집값 27% 급등이 더 골머리
'집값 파이터'로 나선 한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년 9개월 만에 전격 인상했다. 작년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스리랑카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 중에선 첫 인상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두 달 가까이 일일 1000~2000명대로 꺾이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보다 빚투(빚을 내 투자)를 통한 집값 등 자산가격 거품이 더 큰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 코로나보다 무서운 빚투·자산 거품


한은은 26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연 0.75%로 결정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달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고승범 전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총재를 포함한 6명의 위원만 참석했으나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금통위원 6명이 회의를 한 것은 금통위 당연직 위원인 부총재가 공석이었던 201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이뤄졌다. 2014년 4월부터 시작된 이주열 총재 8년 임기 중 2017년 11월, 2018년 11월에 이어 세 번째 금리 인상이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작년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2019년 7월, 10월, 작년 3월, 5월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1.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이번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틀면서 사상 최저 기준금리인 0.5% 수준에선 벗어나게 됐다.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았다. 이데일리가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와 경제연구소 소속 경제·금융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준금리 동결과 인상 의견이 각각 7명씩 나와 오히려 혼선이 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보다 빚투, 자산가격 거품 우려가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달 6일부터 1000명대를 기록한 이후 50일 넘게 1000~2000명대를 유지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 연장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도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진 않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지난 달 온라인 매출액은 1년 전보다 45.9% 증가, 3월 이후 5개월 연속 40% 중후반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7.9% 증가, 5월(5.5%), 6월(7.6%)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취약계층 10만원 지급 등을 시작으로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이 집행되고 있고 이달 들어 20일까지 누적 수출액도 1년 전 대비 40.9% 증가하며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금리를 동결한 채 그냥 놔둘 경우 ‘빚으로 쌓은 자산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달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고승범 전 금통위원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최근과 같은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 과도한 부채부담으로 금리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소위 부채 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계신용(일반 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사용,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대금)은 6월말 1805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했다. 1년새 168조6000억원 증가, 2003년 통계편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집을 당장 사야겠다는 포모(FOMO·나만 도태될 수 없다는 두려움) 심리가 커지면서 집값 상승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는 2019년말 대비 올 6월 현재 무려 27.0% 급등, 세계 1위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주택 가격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고평가돼 있다”고 우려했다.

◇ 빚투·집값 파이터 ‘추가 인상’ 가능성은


빚투·집값 파이터로 변신한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빚투, 자산가격 거품을 억제하기 위해선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으론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달 “(금리를) 0.25%포인트, 0.5%포인트만을 올려서는 금융불균형(빚투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이 반복해 일어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없다”며 “내년, 후년까지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거기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주열 총재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3월말까지 추가로 한 두 번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8월 인상을 포함해 내년 초까지 총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예측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에 추가적으로 1회 인상 가능성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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