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조정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증시가 지속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지고 있고 기술적인 저항선을 뚫을 재료가 나오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달 들어 급등하던 비트코인캐시도 차익매물로 하락 반전했다.
14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2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강보합권을 유지하면서 726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0.3% 정도 하락해 635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이더리움도 1.5% 가까이 하락하고 있고 리플과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등이 일제히 하락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6270달러에서 강한 지지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4시간 차트에서 하락하는 추세선의 상단인 6380달러를 돌파해야만 추가 상승이 가능해 보인다. 지난 7일 고점인 6540달러가 다음 강한 저항선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50%나 급등했던 비트코인캐시도 하드포크(체인 분리 업그레이드)를 하루 앞두고 차익매물에 시달리고 있다. 비트코인캐시의 스마트 계약 기능을 개선하느냐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시작된 하드포크는 한동안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비트코인캐시 보유자는 하드포크로 보유한 비트코인캐시 수량에 따라 비트코인 사토시 비전(BSV)을 지급 받는다.
그러나 최근 가격이 뛰면서 미리 매도하는 쪽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캐시는 11월초 이후 거래대금이 빠르게 늘어났다. 11월4일 14억달러를 기록하며 1일의 2억2800만달러보다 6배나 급증했다.
한편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암호화폐 거래 가운데 무려 73%가 14개 상위 거래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00여곳의 거래소들이 불과 30%도 안되는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날 코인텔레그래프는 코인힐스가 발표한 ‘2018년 암호화폐 거래소 리서치 보고서’를 인용, 현재 전세계에 설립돼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수만개에 이르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 운영되고 거래가 이뤄지는 곳은 187개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코인힐스측은 “암호화폐시장이 정체양상을 보이면서 소수의 거래소가 시장을 독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58.9%가 하루 평균 거래대금 30억달러 이상인 상위 6개 거래소에 집중돼 있고, 73%의 거래가 1억달러 이상 거래되는 상위 14개 거래소에 집중돼 있다.
특히 시황이 좋지 않은 탓에 거래소 사이트를 찾은 방문자수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벤처캐피털인 트라이브 캐피탈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거래소의 9월 방문자수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80%나 급감했다. 또한 토큰매니아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후오비, 오케이엑스, 비트파이넥스, 비트렉스, 빗썸, 비트멕스, 폴로닉스 등 글로벌 톱 8 거래소의 방문자수도 8월에 비해 4.9% 감소했다. 방문자수는 최근 넉 달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업체인 비트메인(Bitmain)이 주식시장 상장(기업공개·IPO)을 앞두고 우지한 창업주를 이사진에서 제외하는 등 이사회를 재편하는 작업을 단행했다.
산얀블록체인을 비롯한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비트메인이 지난주 이사회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이 과정에서 집행이사였던 우지한 최고경영자(CEO)는 감사(supervisor)로 물러나 이사회 의사결정에 더이상 참여할 수 없게 됐다. 티안 얀강 변호사는 “감독관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우 CEO는 더이상 이사회내 의결권을 가질 수 없게 됐고 그런 만큼 그의 권한이 줄어 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1986년생인 우 대표는 지난 2013년 비트메인을 창업했다. 한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집중하다 기존 비트코인 커뮤니티와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비트코인 기반의 새로운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캐시(BCH)를 만들어 별도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2세대 블록체인이라는 이더리움 플랫폼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과 더불어 블록체인 분야의 새로운 변곡점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우 CEO는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비트메인 지분 20.25%를 보유하고 있다. 현 시세로는 최소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이사회 재편은 증시 IPO를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또 비트코인 채굴기 신제품인 ‘앤트마이너 S15’가 처음으로 공개된 날이기도 했다. 최근 비트메인을 비롯한 중국 채굴업체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굉장한 사업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