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고’ 피해 아동의 누나 A씨는 한숨 섞인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5일 오후 1시 38분쯤 경주시 동촌동 스쿨존에서 40대 여성이 모는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자전거를 탄 초등학교 2학년 B군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B군이 놀이터에서 운전자의 자녀와 다퉜다는데 운전자가 ‘내 딸을 때리고 사과를 하지 않는다’며 쫓아왔다”고 주장했다.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 측은 네티즌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A씨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사고 후 동생이 다쳐 온 가족이 힘든 상황에서 가해자뿐만 아니라 전문가, 악플러한테까지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는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거뒀으면 한다”고 성토했다. A씨는 “(이 사건에 대해)포커스가 이상하게 맞춰지고 있지만 분명 어른이 애를 차로 쫓다가 친 것이 요지”라고 강조했다.
|
이 사고의 운전자는 지난 9일 2차 현장 검증에서도 고의성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A씨는 “현장에서 결국 견디질 못하고 펑펑 울었다”며 “동생은 다리를 다쳤고 온몸에 멍이 다 든 상태다. 관련 뉴스 시청을 거부할 정도로 심적 충격도 받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자는 자신의 딸과 싸운 B군을 혼내기 위해 쫓았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하지만 B군의 가족은 가해자가 역주행을 하면서까지 아이를 쫓아가 차로 치고도 브레이크를 바로 밟지 않은 점, 핸들을 아이 쪽으로 향한 점 등을 봐 고의성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블랙박스 영상엔 운전자의 시야에서 아이가 차량 밑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A씨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가해 차량이 코너를 돌기 전 1초 정도 차를 멈추는데 동생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확인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라며 “가해자는 SUV로 두 바퀴를 다 밟고 지나가고 나서 아이가 아파하고 있는데도 애를 꾸짖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B군과 친하게 지내는 두 살 위 형 C군도 있었다. B군이 차에 치이기 전 둘은 운전자가 쫓아오자 각자 흩어져 달아났다. A씨는 “동생은 ‘살려고 (다른 방향으로) 갔다가 C형이 걱정돼서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하더라”며 “그 순간 그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우면 그런 판단을 했겠냐”고 반문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잘못 알려진 사실들 때문에 속앓이
A씨 가족은 B군이 겪은 일뿐만 아니라 사실이 잘못 알려져 더욱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가해자의 주장과 달리 동생과 가해자, 가해자의 딸은 분명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가해자가 사고 전날 내 동생이 딸을 괴롭혔다고 하지만 그날 내 동생은 부산에 있다가 저녁에야 경주에 올라왔고 그 전날에도 동생은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 놀이터에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 가족은 사건 전후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기 전에 전문가를 비롯해 억측하는 사람들이 생겨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유명한 전문가가 가해자에게 고의성이 없다 하고 애가 아파서 절뚝이는 걸 인사했다고 말한 이후 우리 가족에 대한 악성댓글이 수천개나 달렸다”며 “전문가라는 사람이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운전미숙하다면서 스쿨존에서 아이를 쫓아”
이 사건은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스쿨존에서 어른이 차량으로 아이를 쫓다 사고를 냈다는 점에 큰 충격을 줬다. 스쿨존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운전자에게 형법이 적용될지, ‘민식이법’이 적용될지도 논란이다. A씨는 “민식이법과는 상관 없이 살인미수”라며 “동생이 반대 방향으로 넘어졌으면 차에 (정면으로) 치여 죽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이 논란이 되자 피해자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사건 법률 대리인을 맡은 이정도·부지석 변호사(법무법인 참본)는 11일 경찰에 의견서를 제출한다. 이·부 변호사는 “가해자가 운전미숙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는데 오히려 자신이 운전미숙인 걸 알면서도 스쿨존에 들어갔다면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미수까지 볼 수 있다”며 “가해자의 고의성을 입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