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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제주도 시승기 - 전기차의 중심에서 디젤의 가능성을 외치다

김하은 기자I 2016.06.17 10:04:17
[이데일리 오토in 김하은 기자]

지난 봄, 제주도에서는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의 막이 올랐다. 17일에는 전야제라 할 수 있는 2016 르노 포뮬러e 로드쇼가 제주도 도심에서 펼쳐지며 전기차가 경제성에만 멈춰 있지 않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 프로젝트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까지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공개하며 대세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우리 취재진도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를 취재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물론 사전에 제주도에서 타고 다닐 차량도 마련했다. 카본 프리를 외치는 제주도에서 디젤 미니밴의 등장은 분명 달갑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의 키를 쥔 마음은 복잡미묘했다. 전기차의 메카가 되길 바라는 제주도에서 디젤 미니밴은 어떤 가능성을, 그리고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제주에 불시착한 UFO, 그랜드 C4 피카소

그랜드 C4 피카소는 분명 독특한 디자인이다. 더블 쉐브론 프론트 그릴과 일체된 헤드라이트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완만하게 루프로 이어지는 윈드쉴드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라인을 고스란히 받아 측면으로 이어나가는 디자인은 어쩌면 프랑스의 ‘실용적이고 여유로운 감성’이 반영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강렬하거나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하기엔 어려움이 있을지 몰라도 분명 콤팩트한 차체에서 최적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미니밴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통상의 7인승 미니밴에 비해 작고 가벼운 몸이지만 넉넉한 적재 공간과 효율성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얻게 됐다.

그랜드 C4 피카소만이 영유할 수 있는 것

제주도가 전기차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건 고립되어 있는 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안 도로를 달린다고 하더라도 제주도민의 일일 평균 주행 거리는 전기차의 통상적인 최대 주행 거리 이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출장을 나온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주행 거리가 어떻게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인데다가 제주도의 날씨가 익숙지 않은 탓에 공조기를 계속 활성화시킬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이런 상황에서는 LPG가 됐듯, 가솔린이 됐든 전통적인 차량들이 조금 더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성 좋은 프랑스 산 디젤 미니밴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제주도의 도로가 한정적이라고는 하지만 단 만원만 주유한다고 해도 앞으로 주행 가능 거리가 200km를 웃도는 마법은 눈길을 끌게 만든다.

디젤 엔진의 정속 주행 능력

그랜드 C4 피카소는 출장 이튿날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2016 르노 포뮬러e 로드쇼가 끝난 후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가 펼쳐질 국제 컨벤션 센터 인근의 두 번째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그랜드 C4 피카소의 시동을 걸었다. 동행한 기자들은 해안도로에서 바람을 쐰다는 이야기에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제주를 세로로 관통하는 도로를 달렸다.

단 1.6L에 불가한 배기량이지만 넉넉한 토크 덕와 유선형의 차체는 정속 주행에서 높은 효율성과 편안함을 제공했다. 정지 상태와 저속 주행에서는 조금 거슬렸던 디젤 엔진의 소리도 어느새 고요해졌고 계기판의 평균 연비는 점점 올라가며 디젤 특유의 효율성을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인 때문에 일반 승용 차량은 물론 비슷한 체격의 미니밴과 비교 했을 때에도 차체가 조금 높은 편이지만 연속된 코너에서도 부드럽게 노면을 따라가는 모습으로 중문까지 가는 동안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 푸조, 시트로엥의 오랜 역사 속에서 다듬어진 서스펜션의 세팅 노하우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도심, 해안도로를 가리지 않는 프렌치 미니밴

엑스포 취재를 마치고 난 후에는 그랜드 C4 피카소와의 오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트립 컴퓨터를 추가적으로 조절하고 본격적으로 제주의 도로를 달렸다. 서귀포 시에서 도심 도로를 거쳐 성산까지 달린 후, 성산 인근과 표선의 해안도로 등을 달리는 시간을 가졌다. 트렁크에는 성인 남성 세명의 짐이 적재됐고, 세 명의 남자들이 차에 올라 함께 달렸다.

도심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연비를 까먹기 좋은 구간이고 디젤 엔진의 단점인 진동과 소음이 올라오는 구간이다. 하지만 디젤 특유의 토크를 토대로 가볍게 도로 위를 달렸다. 물론 전기차라면 조금 더 부드럽고 고요한, 그리고 친환경적일 수 있겠지만 제주도 북부에 비해 제주도 남부에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의 수가 많은 편이 아니라 조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신호등이 연속된 도심을 빠져나가며 그랜드 C4 피카소는 RPM을 조금 더 끌어 올렸다. 맑은 날씨만큼이나 그랜드 C4 피카소의 움직임을 경쾌했고 넓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제주의 풍경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서울이었다면 조금 더 쌀쌀했을 시기지만 제주도의 날씨는 무척 포근해 살짝 졸음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성산 인근에서는 해안 도로를 달리며 또 다른 여유를 즐겼다. 녹색이 시야를 채웠던 내륙의 도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도로 옆으로 펼쳐진 파란 바다와 하늘은 시원스럽게 느껴졌고, 간간히 창문을 내려 바다 내음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기도 했다. 성산에 도착한 후에는 차량을 잠시 세워 촬영을 진행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찍는 만큼 거센 바람이 마중 나왔다.

오르막 길에서 빛난 디젤 엔진

성산에서 다시 제주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은 해안도로 대신 처음처럼 제주를 세로로 관통하는 1100 도로를 거치기로 했다. 대신 1100 휴게소가 있는 1139 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곳은 다른 도로보다 오르막 구간이 많고 굽이치는 코너가 많은 만큼 차량의 기본적인 주행 성능을 확인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물론 걱정은 없었다. 1.6L 라는 배기량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디젤 엔진의 토크는 유효하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점점 높아지는 도로에 맞춰 힘있게 달려나갔다. 좁은 길인 만큼 앞차를 추월하는 일도 많았고, 산에 놓여진 도로인 만큼 연속적인 코너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주행 가능한 거리도 충분하고, 차량의 움직임에도 문제가 없었다.

부족함 없는 디젤의 효율성

1100 도로를 끝으로 제주 공항으로 곧바로 이동해 차량을 세웠다. 차량을 반납하기 전 계기판의 주행 기록을 촬영했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출장 기간 동안 총 230km를 주행하며 평균 36km/h의 속도를 기록했고, 평균 14.2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그리고 엑스포 이후부터 측정된 서귀포-성산-해안도로-1100 도로의 구간에서는 총 137km를 38km/h의 평균 속도로 주행하며 14.9km/l라는 연비를 기록했다. 미니밴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무척 준수한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와 어울리는 미니밴, 그랜드 C4 피카소

제주도의 길 자체가 험한 건 아니지만 다양한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 그랜드 C4 피카소는 탁월한 주행 성능은 물론 효율성이라는 다양한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출장 내내 ‘제주도와 시트로엥, 특히 그랜드 C4 피카소’와의 궁합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게 됐다.

전기차는 물론 좋다. 제주도가 앞으로 나서고 싶은 미래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많고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젤 미니밴인 그랜드 C4 피카소는 효율성은 물론 넓은 공간 활용성 등을 앞세워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제주에서는 더욱 빛나는 존재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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