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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관된 ‘업무개시명령’ 발동이란 강경 대응이 파업 동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화물연대가 지난달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하자, 정부는 6일이 지난 지난달 29일부터 업무개시명령으로 맞섰다. 특히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지난 2004년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19년 만의 처음 있는 일로, 정부는 파업 초반부터 강경 대응을 고수해왔다.
정부가 시멘트 운송업에 내린 업무개시명령으로 물류 회복세 효과는 직·간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 밤 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기준 82%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밤 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시멘트 화물 기사를 대상으로 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전인 지난달 28일 21%까지 떨어졌지만, 업무개시명령 이후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정유업계 등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안전운임제 폐지 등 다양한 압박 수단을 남겨둔 것과 달리, 민주노총은 6일 총파업 등 투쟁 강도를 높이는 것 외에 더는 쓸 카드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경제도 어려운데” 싸늘한 여론…국민 58% “파업 자제해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선 점도 파업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화물연대를 비롯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파업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등 노조 파업에 관해 국민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최근 화물연대 및 지하철 노조의 파업에 ‘경제에 악영향을 주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58%로 집계됐다. 반면 ‘정당한 단체행위로 문제 될 것 없다’는 응답률은 34%였다. 자제를 요청한 응답률은 전 지역, 전 연령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일부 조합원들이 비조합원을 향해 보인 폭력적인 대응 방식도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실제 비노조원들이 하나둘씩 운송을 재개하는 조짐을 보이자 일부 노조원이 운송에 복귀한 BCT 차주들을 상대로 보복하겠다는 협박에 나선 사례도 발생했다.
◇ 지하철 노조 등 협상 조기 타결, 파업 단일대오 약화
지하철 노조와 철도 노조 등의 협상이 조기에 타결되는 등 총파업 대오에서 줄줄이 이탈한 점도 파업 동력이 약화된 점으로 들 수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4일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을 중심으로 23일 서울대병원 노조, 25일 학교 비정규직 노조, 3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 이달 1일 대구교통공사 노조, 2일 철도노조 등의 줄파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파업은 파업 이틀 만에 노사 합의로 파업 철회됐으며, 서울교통공사도 파업 하루 만에 노사 합의에 성공했다. 이어 대구교통공사와 전국철도노조도 하루 전과 당일 노사 합의를 이뤘다. 오히려 민주노총이 고립에 처한 양상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일선 노조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일변도의 투쟁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포스코 양대 노조 중 하나인 포항지부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금속노조가 포스코 직원의 권익 향상을 외면하고 조합비만 거둬간다는 불만 때문이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정부의 일관된 태도나 여론의 싸늘한 반응, 일부 노조의 조기협상 타결 등 세 가지 이유가 파업의 동력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본다면서 “노동조합의 센터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 국회, 언론 등의 수단 등을 활용해 여론의 지지를 얻고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먼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방식대로 단순히 길거리 투쟁만을 진행해서는 지금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