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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폰 시장 장악한 삼성전자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약 1600만대 규모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삼성전자(005930)가 전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약 800만대의 폴더블폰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판매된 폴더블폰의 대부분은 갤럭시Z폴드·플립3 등 삼성전자 제품으로, 올해에는 1000만대 돌파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세트 판매량이 전년 대비 2~10% 감소할 것이라 추산한다”면서도 “정보통신(IT) 대부분이 부진해도 폴더블 산업은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경기 악화로 IT 제품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제품군으로 폴더블폰을 꼽은 것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폴더블폰 시장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성장할 것”이라며 “갤럭시Z 시리즈를 갤럭시S 제품에 버금가는 주력 제품으로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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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Z폴드·플립4에는 퀄컴 최신 AP인 ‘스냅드래곤8 플러스(+) 1세대’가 탑재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삼성 폴더블폰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퀄컴 매출도 같이 늘어나는 구조다. AP는 스마트폰에서 두뇌역할을 하는 시스템온칩(Soc)이다. 퀄컴은 최근 AP 신제품인 스냅드래곤8 플러스+ 1세대를 “프리미엄급 플랫폼으로, 모든 온디바이스 경험에서 향상된 전력 및 성능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일관되게 퀄컴 AP 제품을 채용해왔다. 스냅드래곤 8+ 1세대는 그간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플립3에 탑재됐던 스냅드래곤 888과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된 스냅드래곤8 1세대의 후속작이다. 폴더블폰 호실적에 자신감을 드러낸 만큼 삼성전자의 자체 AP인 ‘엑시노스’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상황임에도, 엑시노스 탑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전자의 AP 시장 점유율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점유율 6.6%로 퀄컴, 미디어텍, 애플에 이어 4위에 그쳤다.
더군다나 스냅드래곤 8+ 1세대의 생산을 맡은 파운드리 기업도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TSMC로 확실시되고 있다. TSMC는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3%를 차지한 압도적인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TSMC의 3분의 1 수준인 18%를 차지하고 있다.
퀄컴이 이전 버전인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삼성전자 4나노(nm·1나노=10억 분의 1m) 공정에 맡겼으나, 이번 제품 파운드리는 TSMC로 바꾼 건 삼성전자에 악재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성능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퀄컴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한편에선 성능은 파운드리가 아닌 설계 자체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앞서 갤럭시 S22시리즈가 출시 후 고사양 게임 앱 작동 시 나오는 발열을 막고자 기기 속도와 화질을 떨어뜨려 스냅드래곤 8 1세대 성능제한 논란에 휩싸였고 이 AP를 생산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불똥이 튀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TSMC 공정에서 AP가 얼마나 잘 나오는지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