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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신혼여행? 꿈도 못 꾸죠”…여권 잃은 中 공무원들

이명철 기자I 2024.06.06 16:15:14

SCMP “中 공무원 등 해외여행 제한 점점 엄격해져”
“여권 잠금장치 넣어,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 거쳐야”
국가 보안 등 이유, 전문가들 “인적교류 흐름 저해”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정부 소속된 공무원이나 국유기업 직원들에겐 남 얘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이 보안을 이유로 공무원 등의 해외여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인적 교류를 외치며 외국인 관광 유치에 힘쓰고 있는 모습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AFP)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GT)는 단오절 연휴(8~10일)와 여름 휴가가 다가오면서 해외여행 인기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여행사 예약은 전년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고 6일 보도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는 한국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꼽혔다. 중국과 가깝고 일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여서 인적 교류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같은날 중국 재무부 공무원인 매튜(가명)의 사례를 전했다.

2011년 마우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매튜 부부는 매년 결혼 기념일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킬 수 없었다. 매튜가 승진할수록 해외여행에 대한 제한이 점점 더 엄격해지면서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SCM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공무원이나 국유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 대학·병원 등의 재직자와 은퇴자들은 휴가 중 해외여행을 금지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해외여행을 막는 단계는 우선 여권을 잠금 장치에 넣고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권을 받기 위해선 불투명하고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해외여행 목적이 친척 방문이라면 친척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야 하는 과정도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한 지방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지난해 여름 아들이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했지만 당국으로부터 해외여행 신청 허가를 받지 못했다.

공무원 등의 해외여행에 엄격한 이유는 국가 보안이다. 또 공무원들이 해외여행을 빌미로 횡령한 자금을 들고 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밀 정보에 좀 더 많이 접근하게 되는 고위급일수록 해외여행 제한 조치는 더 강화된다. 은퇴자도 예외는 없다. 중국 저장성의 원저우시는 부국장급 이상 공무원이 은퇴해도 최소 2년 동안 해외여행을 제한한다는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SCM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해외여행 제한이 중국과 다른 국가간 인적 교류와 정보 흐름을 제한하고 국가정책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관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대학 정치학자 달리 양은 SCMP에 “(중국)지도자들은 외부 세력이 정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이는 최근 외국 스파이를 단속하려는 노력과 일맥상통한다”며 “해외여행 제한 같은 일부 규칙은 이전에 느슨하게 시행되었을 뿐 이제는 외부 위험으로 인식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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