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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그 이후]회장님 변심은 무죄?‥호반 M&A 잔혹사

장순원 기자I 2018.02.10 10:00:00

업계 "M&A 시장서 신뢰 갉아먹을 것" 비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은 지난 8일 국내 3위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다 다시 발을 뺐다. 지난달 3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이다. 호반 측은 대우건설이 진행하던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3000억원의 잠재손실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면서 더이상 인수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 위험은 예전에도 충분히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호반이 이 정도 위험도 모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면 무모한 도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숨겨진 부실이 드러나면 인수가격에 반영해 대우건설의 몸값을 깎으려 하지 않고 바로 발을 빼면서 처음부터 인수할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IB업계가 호반건설의 해명을 믿지 않는 것은 그동안 호반이 보인 행보 탓이 크다. 대우건설뿐 아니라 금호산업과 SK증권 같은 굵직한 기업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다가 중도에 하차하면서 ‘간만보다 막판에 슬그머니 빠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호반건설은 2015년 이후 10번의 M&A에 뛰어들었지만, 실제 성사된 M&A는 두어 건에 불과하다.

호반의 이런 행보는 그룹 오너인 김상열 회장의 보수적인 접근법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해석이 많다. 바닥부터 시작해 호반그룹을 일군 김상열 회장은 M&A를 통해 그룹을 확장하려는 의지는 강하지만 적정가격 이상의 매물은 미련 없이 눈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처럼 덩치가 크고 해외 사업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매물은 특히 ‘승자의 저주’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우건설 해외 부실이 터진 직후 김상열 회장이 신속하게 인수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반은 “해외 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문제를 접하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고민한 결과,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이번 인수전으로 탄탄한 자금력을 과시하고 전국구 건설사로서 인지도를 높였지만, 또다시 중도에 포기하면서 M&A 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됐다.

M&A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호반이 뛰어들면 대부분은 완주의지가 없는 참가자라는 인식이 강해질 것”이라면서 “누가 진정성을 믿고 거래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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