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마비된 행정망, 해고된 올트먼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김현아 기자I 2023.11.19 15:44:59

편리함 줬던 데이터
서비스 중지되자 국가 운영 흔들
수익중심 AI 개발하다 해고된 올트먼
안정적인 데이터 서비스와 안전한 데이터 중요성 각인
디지털 종합 재난대책 필요
생성AI 문제는 입체적으로 해결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BS뉴스 캡처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를 방문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 Sam Altman, US entrepreneur, investor, programmer, and founder and CEO of artificial intelligence company OpenAI, speaks at Tel Aviv University in Tel Aviv on June 5, 2023. (Photo by JACK GUEZ / AFP)


지난 17일,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각종 민원서류 온라인 발급이 중단돼 주민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도 장애를 일으켜 불편이 컸습니다. 전입신고를 못 해 계약에 어려움을 겪는 등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는데요.

거의 동시에 미국에선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해고되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올트먼은 인공지능(AI)에 대한 자신의 헌신과 비전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직후 해고당했습니다.

국가 운영시스템에서 데이터의 중요성 확인

두 사건은 겉으로는 독립된 이슈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공통적인 주제, 즉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 서비스는 임시 재개된 상태이나, 행정전산망 마비에 총리까지 나서 사과한 걸 보면디지털 시대에 데이터의 안정적인 흐름이 국가 운영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올트먼에 대한 해고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안전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올트먼은 수익 중심의 AI 개발을 강조하다, AI의 안전성을 강조해온 이사회와 갈등을 일으켜 해고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올트먼을 내쫓는데 앞장선 인물은 컴퓨터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라고 합니다. 수츠케버는 올트먼 해고 직후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올트먼이 안전 문제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오픈AI 솔루션을 상용화하려고 한 점이 투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자면, 행정전산망 마비는 국가 운영에서 데이터의 안정적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했고, 올트먼의 해고는 데이터를 재료로 하는 생성AI의 안전성 문제가 챗GPT를 만든 글로벌 1위 기업에서 철학적인 논쟁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성AI를 둘러싼 문제는 입체적으로 해결해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지털 재난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민간과 정부 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 인간에게 유익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한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민간에선 디지털 재난 대응이 제도적으로 정비됐습니다. 데이터센터 이중화 및 이원화 조치 등의 계획이 마련됐고, 플랫폼 사업자도 재난을 수습하고 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법률이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정부 행정전산망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데이터를 분산시켜주는 장비(L4스위치) 고장 하나로 대국민 서비스 장애가 하루 이상 이어졌고, 그 흔한 재난 문자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대규모 재해 때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재난 발생 시 위험 등급을 나눠 대응 메뉴얼을 작성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종합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지나치게 행정안전부에 집중된 정부 시스템을 민간의 클라우드로 분산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 합니다.

유럽식 선규제는 반대

아울러 저작권이나 가짜뉴스 등 더욱 복잡해지는 생성AI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할 ‘입체적인’ 노력이 요구됩니다. 샘 올트먼이 돈만 벌려 하다가 쫓겨났다 해서, 생성AI를 위험 관리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생성AI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되는 상황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규제를 만드는 정부 간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굳이 자율규제 중심인 미국과 위험 관리에 치우친 유럽 사이에서 고르라면, 저는 미국 방식에 동의합니다. 네이버·KT·LG·SKT·카카오·삼성 등 생성 AI에 뛰어든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는 내세울 만한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AI 시장 지각변동

- AI가 치안·안전 돕는다…국민 보듬어주는 디지털플랫폼정부 - 올트먼 오픈AI 복귀해도 "최대 승자는 MS" - 오픈AI 올트먼 해임 결정적 도화선 된 ‘이것’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