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주69시간 근무 허용? '야근 공화국' 우려…포괄임금제부터 폐지"

이소현 기자I 2022.11.20 14:53:17

직장갑질119, 주52시간제 개편 검토안 비판
"노동자들의 연장·야간·휴일 근무 더 늘어날 것"
한국 年 1915시간 노동…OECD 평균比 24일 더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으로 노동자들의 연장·야간·휴일 근무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주52시간제 유연화로 ‘야근 공화국’이라는 악명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 정책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 17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기본방향 발표를 통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에서 ‘월 이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주52시간제는 일주일 기준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으로 구성됐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한 달 이상으로 유연화하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5시간, 일주일 기준으로는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연구회 스스로도 최대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주 52시간 유연화를 논할 때가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을 논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야근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야근 갑질의 주범인 포괄임금제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실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수당을 시간별로 산정하지 않고 정해진 금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은 이미 ‘과로사회’라는 지적이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10월 말 기준 갑질 제보 1609건 가운데 노동시간 114건, 포괄임금제 56건 등 ‘야근 갑질’ 제보가 10개 중 1개(10.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작년 기준 1915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5위다. 한국 직장인은 독일보다 연 70일, 일본보다 38일, OECD 평균보다 24일 더 일한다.

직장인 A씨는 “입사 후 거의 매일 출장을 다녔고 하루 12시간 넘게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렸다”며 “회사는 포괄임금이라는 이유로 출장비는 물론 출장 시 연장근무에 대한 대체 휴무나 수당도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IT개발자로 일하는 B씨는 “연봉 2700만원을 받는데 야근·철야·주말 근무를 거의 매일 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최저임금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임금 명세서도 주지 않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야근수당을 지급하기 싫은 사용자들이 포괄임금제로 계약해 ‘공짜 야근’을 시킨다”며 “심지어 연차수당이나 퇴직금까지 포괄임금에 포함하는 악덕 사업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남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시대에 역행해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라며 “국회에서 근로시간 유연화를 막고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