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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전한 세상 만들겠습니다"…제천 화재 합동분향소 추모 발길 이어져

이슬기 기자I 2017.12.23 17:58:15

제천 화재 합동분향소, 9시부터 시민 등 조문 행렬
24일부터 26일까지 희생자 발인 엄수될 예정

23일 충북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천=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23일 오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엔 슬픔에 잠긴 유족들과 조문객들로 인해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29명의 영정 앞에 선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하얀 조화를 위패 앞에 고이 놓았다. 일부 조문객들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기도 했다.

23일 오전 9시 제천체육관에 문을 연 합동분향소에는 떠난 친지와 이웃을 추모하려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2일 유족을 찾아 위로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24일 제천 사고현장을 방문할 이낙연 국무총리은 방문에 앞서 조화를 보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홍모(55)씨는 “교회 담임 목사님·산악회 회원부터 시작해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만 4분이 돌아가셨다”며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홍씨는 “내 아내의 경우 아는 사람만 이번에 12명이 돌아가셨다”며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얘기를 더 잇지 못하겠다”며 말을 끝맺었다.

앳된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분향소 한켠엔 이번 사고로 희생된 김모(18)양의 친구들이 둘러 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이들은 서로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친구를 잃은 슬픔을 위로했다.

희생자들과 친분이 없는 주민들도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발걸음을 했다. 김위남(80)씨는 “뉴스를 보고 하도 마음이 아파서 분향소를 찾았다”며 “혹시나 멀리 아는 사람이 그날 목욕을 하러 갔을까봐 떨리는 마음으로 분향소를 찾았는데 아는 얼굴은 영정에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조문 온 이봉순(80)씨는 “아는 사람이 있든 없든 간에 마음이 아프다”며 “삼대가 피해를 당한 가족도 있다던데 그 슬픔의 무게가 가늠이 안된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 직장 동료를 잃은 이도 있었다. 마모(73)씨는 “전 직장 후배가 거기서 헬스를 자주 한다더니 이번 사고로 숨졌다”며 “정말 착한 사람인데…”라며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한편 모든 희생자들의 발인 일정은 확정된 상태다. 23일을 시작으로 24일에 20명, 25일에는 4명, 26일에 4명의 발인이 엄수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9시에는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과 도의원 등 10여 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9시 30분께는 이근규 제천시장이 조문했다. 이 시장은 방명록에 “더 안전한 세상을 꼭 만들어 가겠습니다. 평화로운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소서”라는 글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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