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칩으로 리프트·곤돌라까지 원스톱 ''강원랜드 하이원''

조선일보 기자I 2006.11.30 12:30:02

너 고수? 나 초보… 내려가는 길 다를지라도 모두 함께 정상에서 느끼는 쾌감

[조선일보 제공] 첫 인상은 커다란 덩치의 씩씩한 무사(武士) 같았다. 총면적 496만여㎡에 18면의 슬로프 면적(94만7000여㎡)은 용평과 무주에 이어 국내 3번째 규모. 정상에서 굽어보는 총길이 21㎞(표고차 660m)의 슬로프 역시 그 위세가 당당했다. 그러나 사이즈가 전부는 아니었다. 가족 단위 스키어들은 물론 초보자와 마니아 모두가 할께 즐길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거기에 최첨단 시설의 편리함까지. 12월 8일 개장을 앞둔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에 다녀왔다.

흩날리는 눈발 속으로 8인승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니 가장 먼저 눈이 시원해졌다. 해발 1376m의 백운산 정상에 자리한 하이원 스키장의 마운틴 탑. 45분마다 한 바퀴를 도는 회전식 전망 레스토랑에 서니 발 밑은 구름과 안개, 산으로 가득 찼다. 태백산(1567m), 함백산(1673m) 등 백두대간이 나를 거쳐 뻗어나가는 것 같았다.

최정상에서 쭉 뻗은 하얀 슬로프를 내려보는 쾌감. 이런 정복감은 수년간 눈밭에서 내공을 쌓은 ‘고수’만의 것이 아니다. 하이원 스키장에서는 ‘제우스’와 ‘아테나’ 등 두 개의 초보자 슬로프가 맨 꼭대기에서 시작된다. 고수든 초보든 일단 정상에 올라가면 자기 실력에 맞는 슬로프가 펼쳐지는 것. 가족, 친구들끼리 스키장에 와서도 서로 다른 ‘수준’ 때문에 따로 노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특히 ‘제우스’는 총길이 4.2㎞, 최대폭이 80m에 달하는 매머드급 슬로프로 평균경사 7~8도의 완만한 코스여서 초보자들이 즐기기엔 딱 이었다.

초보자를 위한 스키 강습도 곤돌라를 타고 오른 정상에서 이뤄진다. 엉금엉금 걷고, 수없이 엉덩방아를 찧어도 기분만큼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부럽지 않을 듯. 스키 스쿨이 열리는 아테나 슬로프에는 302m 길이의 ‘T바’ 리프트가 설치된 것도 특이했다. ‘스키 좀 탄다’는 마니아들에겐 아폴로 4·5·6 슬로프가 제격. FIS(국제스키연맹)가 알파인 월드컵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공인한 최상급 코스로 짜릿한 활강을 책임진다.

전문가가 보는 슬로프는 어떨까. 히말라야 등 극한 지역에서 스노보드 활강 기록을 갖고 있는 대한스노보드협회 김은광 이사는 “슬로프가 상당히 곧고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초보자들은 안전하게, 중상급 이상의 마니아들은 시야가 트여 원하는 라이딩(riding)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슬로프가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추위는 덜 하고 눈이 날아갈 염려가 적어 설질(雪質) 유지가 잘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이원 스키장에는 국내 최다인 3기의 곤돌라가 마운틴 콘도와 밸리 콘도, 하이원 호텔에서 출발해 정상인 마운틴 탑까지 운행된다. 5기의 초고속 리프트가 설치됐고, 이용객이 많은 초·중급자용 슬로프는 모두 6인승 리프트로 올라갈 수 있다. 스키하우스는 마운틴 콘도와 밸리 콘도 두 군데에 있다. 새로 개장하는 스키장인만큼 스키 2500세트, 보드 800세트가 번쩍번쩍 광을 내며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평일 오전 9시30분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올림픽대로―중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IC)를 빠져나가 38번 국도를 이용했다. 영월을 거쳐 오후 1시쯤에 스키장에 도착했다. 휴게소에 한 번 들른 시간을 감안하면 그렇게 운전이 힘든 거리는 아니었다. 다만 영월부터 사북·고한까지 왕복 2차선의 구불구불한 길은 공사중인 곳이 많아 주의가 필요했다.

● 12월 8일 개장·www.high1. co.kr
● 위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033)590-7800
● 시설: 슬로프 18면, 리프트 5기, 곤돌라 3기, 컨베이어벨트 11기, T바 1기
● 리프트·곤돌라 요금(성인기준): 주간 5만7000원, 반일 4만6000원, 종일 7만2000원
● 렌털 요금: 스키(2만3000~4만원), 보드(2만6000~4만3000원)
● 숙박: 리조트 내 마운틴·밸리 콘도(1588-7789), 하이원 호텔, 강원랜드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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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사진을 붙여 팔뚝에 둘러 맨 시즌권, 스키복 지퍼 고리에 스티커로 붙인 리프트 이용권….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하이원 스키장은 곤돌라와 리프트 이용권을 모두 전자칩이 내장된 카드 형식<사진>으로 만들었다. 어느 주머니에든 카드를 넣고만 있으면 기계가 자동 인식해 리프트와 곤돌라를 탈 수 있다. 직원이 일일이 티켓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져 리프트 대기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스키장측의 설명이다.

숙박 시설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가족 단위로 고품격 여행을 추구한다면 ‘마운틴 콘도’에, 연인이나 친구끼리 스키 여행을 계획한다면 ‘밸리 콘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280개 객실을 갖춘 마운틴 콘도<사진>는 전 객실에 빌트인(built-in) 냉장고와 대리석 바닥재를 사용하는 등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가장 호사스러운 방은 2개 밖에 없는 마운틴 프레지덴탈 스위트(1박 80만원)로 고급 빌라와 옥탑방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복층 구조의 61평형 콘도에는 3개의 샹들리에와 50인치 PDP벽걸이 TV, 양문형 빌트인 냉장고 등을 갖췄다. 천장을 뚫고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한 2층에서는 방안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 운치가 있다. 123개 객실을 갖춘 밸리 콘도는 ‘있을 것만 있는’ 간결한 구조. 가장 많은 90개 객실이 9평 규모의 온돌방으로 1박 요금은 12만원이다.

스키장에서 차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곳에 강원랜드 카지노가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카지노 풍경도 하이원 스키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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