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선택지 늘었다…더 복잡해진 시나리오

이지현 기자I 2023.10.15 15:24:15

‘더내고 천천히 받기’서 ‘더 내고 더 많이 받기’ 추가
재정계산위 최종보고서 이번주 마무리해 정부 제출
정부 단일안 내더라도 국회 처리는 요원한 상태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혁 보고서 최종안에 소득대체율을 상향하는 내용도 넣기로 했다. 이에 따라 ‘더 내고 천천히 받기’로 향했던 국민연금 개혁방향에 ‘더 내고 더 많이 받기’까지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국민의 선택지만 늘어 더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말까지 국회에 최종보고서를 내야 하는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더 받기’ 넣긴 넣었지만, 논란 ‘여전’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13일 서울 신사동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소득대체율이 45%인 경우와 50%인 경우 재정전망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고서에 넣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달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인상하는 안, 수급개시연령(올해 63세)을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안, 기금 수익률을 △0.5% △1% 올리는 안 등을 조합해 18개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당초 소득대체율 상향 시나리오를 넣으면서 ‘소수의견’으로 표현하려 했지만, 이에 보장성 강화를 주장해온 위원 2명이 반발해 사퇴하면서 초안에는 소득대체율 상향 관련 내용이 빠졌다. 이후 논란이 일자 이들 주장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더 받는’ 시나리오를 추가한 것이다.

이번에 소득대체율 상향 시나리오가 추가되면서 위원회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18개에서 사실상 54개로 늘어나게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위원은 그렇게 보긴 어렵다고 봤다. 보험료 9% 기준으로 소득대체율 △40% △45% △50%에 대한 재정전망을 보여주면 시나리오는 54가지가 되지만, 인상률 현행 9%로 유지하거나 12%, 15%로 각각 올리면서 소득대체율이 45%와 50% 상향 시 연금 재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의 6가지 시나리오만 새롭게 추가돼 총 시나리오는 24가지가 더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김용하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연금개혁에 대해 뚜렷하게 다른 시각이 있기 때문에 보험료와 지급 개시 연령, 기금운용 수익률, 소득대체율에 따라 재정과 국민 부담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국민께 제공하는 것이 재정계산위원회의 핵심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시나리오가 늘어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 상향을 주장해온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만족스럽지 못해 했다.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넣었다기 보다 이렇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넣은 것 같다”며 “국비 투입 없이 오로지 보험료 인상으로만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계산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받기’ 결국 ‘더 내야’ 가능

1999년부터 현재까지 25년간 소득의 9%로 동결된 상태다. 소득대체율 40%는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2023년 286만원) 기준 40년 가입을 가정해 설계됐지만, 실제 가입기간은 18년, 미래에도 25년 남짓한 상태다.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 9만원씩 국민연금을 18년간 납부하고 매달 40만원씩 받고 있는 셈이다. 이같이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더 많이 받는 구조로 유지돼왔고 결국 연금고갈 속도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위기와 함께 점점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에 소득대체율 상향을 포함해 연금개혁을 한다면 100만원을 버는 사람은 매달 12만~18만원을 내고 은퇴 후 매달 50만원씩을 받는 게 된다. 재정계산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는 소득대체율 상향한다면 연금 고갈시기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어 결국 연금요율을 30~40%까지 올려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비 투입 가능성이 낮고 결국 가입자가 더 내야 더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위원은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제안한 게 아니라 소득대체율 인상 시 재정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봐달라”며 “이를 참고해 정부와 국회가 연금개혁방향을 논의하면 될 것 같다. 이날 회의 내용을 반영, 보완해서 최종 보고서 편집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정계산위는 다음 주에 최종보고서를 확정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복지부의 종합운영계획을 토대로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20가지 넘는 시나리오 중에 개혁방향을 최종안을 내야 하는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4가지) 복수안을 제시했다고 현재 국민의 힘인 한국당에서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무책임함의 극치다’라고 하면서 복지부 장관은 사퇴하라고까지 주장했다”며 “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라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복수안이 아닌 반드시 단일안으로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연금 전문가들은 여러 시나리오가 있지만, 결국 연금 개혁 목표인 70년 후인 2093년에도 연금재정이 고갈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답은 몇 가지 안 된다며 정부가 단일안 내지 소수의 복수안을 낼 수 있다고 봤다. 가장 유력한 안은 현행 9%인 보험료율을 매년 0.6%포인트씩 10년간 15%까지 올리고, 현재 63세인 연금수급개시 나이를 2048년까지 68세로 늦추고, 기금 목표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는 안으로 꼽힌다. 이 3가지를 조합하면 70년 후에도 고갈 걱정없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하지만 정부가 단일안을 내더라도 올해 내 국회 처리는 요원한 상태다. 국회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사실상 총선 이후로 연금 개혁 논의를 미룬 것이다. 지난 9월 연금토론회에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도 “모수개혁만 예정했는데, 구조개혁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하면서 절차가 길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공히 시간적으로 (내년 4월) 총선 전에 결론 내기가 쉽지 않지만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엔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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