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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상장공모사를 휘감는 불길한 조짐

신성우 기자I 2008.01.11 11:36:52

올해 상장 1호 등 희망가에 턱없이 낮게 공모가 결정
기관 의무보유확약도 저조…상장후 주가 흐름에 부담

[이데일리 신성우기자] 연초 상장공모(IPO·Initial Public Offering)에 나선 예비상장사들을 휘감는 불길한 조짐들이 엿보이고 있다.

상장공모시장의 문을 여는 예비상장사들의 '몸값'이 여전히 희망가격을 한참 밑돌고 있어 당분간 '제값' 받기는 틀려 보여서다.

게다가 상장 후 일정기간 공모주를 처분하지 않겠다는 기관들도 적어 상장 후 주가에 대해서도 불안한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 예비상장사 당분간 '제 몸값' 받기 틀렸나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14~15일 휴대폰 단말기 업체인 에스맥을 시작으로 올해 증시상장 공모(IPO)가 개시된다.

현재까지 상장공모를 위해 금감원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곳은 유가증권시장의 엔케이 1곳과, 코스닥시장의 에스맥, 명성금속, 네오엠텔, 코웰이홀딩스, 넥실리온, 텔레필드 6곳 등 총 7개사에 이른다.

반면 올해 상장공모시장이 개장되기는 했지만 예비상장사들이 '몸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장공모 1호인 에스맥을 비롯해 현재까지 공모가가 결정된 2곳을 볼 때 이 같은 조짐이 엿보이고 있어서다.

에스맥 공모주식(170만주)의 주당 공모희망가는 7200~8200원(액면가 500원)이었다. 하지만 최종 확정된 공모가는 최저희망가의 절반에도 못미친 3500원이다. 지난 8~9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여도가 매우 낮았던 데다 신청가격 역시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 올해 상장공모 1호, 공모가 희망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쳐

에스맥 공모주식 중 기관 배정주식은 전체의 80%인 136만주. 신청주식은 27곳 198만주(1.46대 1)로 모집주식을 가까스로 넘겼다.

신청가격도 가격미제시 주식이 전체 신청주식의 12.9%인 25만주, 4500원 이상이 13.5%(26만주)에 그친 반면 3500~4500원이 52.2%(103만주)에 달했다. 이에 따라 에스맥과 대표주관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기관배정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최종 3500원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에스맥이 상장공모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도 최소 희망가를 기준으로는 122억원에 달했지만 최종적으로 60억원으로 줄게 됐다.

에스맥의 '바통'을 이어 15~16일 상장 공모주 청약을 실시하는 금속단소업체 명성금속(220만주) 역시 수요예측 영향으로 공모가가 1만8000원(액면가 500원)으로 당초 공모희망가 2만5000원~3만원의 72%(최소 희망가 기준)에 그쳤다.

대표주관 증권사인 교보증권(030610) 관계자는 "지난 7~9일 기관 몫 166만주(75.5%)에 대한 수요예측에서 65개사가 참여 4.5대 1의 경쟁률(754만주)을 기록한 가운데 신청가격은 1만8000원대에 몰려 있었다"고 말했다.

◇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드리운 먹구름

또 예비상장사들의 상장 후 주가흐름도 불안한 징후들이 엿보이고 있다. 주가 안전판 역할을 해왔던 기관들의 의무보유확약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기관 의무보유확약제도는 상장 공모주를 일정기간(통상 2주, 1개월, 2개월 단위) 팔지 않겠다고 상장을 앞둔 발행사에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확약기간이 길수록 가중치가 붙어 기관들은 보다 많은 공모주를 수요예측 때 배정받을 수 있다.

에스맥 대표주관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IPO 선진화 방안'이 시행된 후 의무보유확약제도를 폐지한 후 최근 다시 부활시켰지만 에스맥의 기관 주식에 대해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한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었다.

상장공모시장 자율화를 원칙으로 '풋백옵션' 폐지를 골자로 한IPO 선진화 방안의 시행으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의무보유확약 제도를 없앤 바 있다.

이에 따라 의무보유확약을 했다면 전체 발행주식(614만주)의 34.5%였을 상장직후 유통가능물량이 56.7%(348만주)로 불어났다. 명성금속의 경우도 기관 몫 가운데 의무보유를 약속한 공모주식은 11%(1개월)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풋백옵션 폐지 등의 영향으로 상장 공모가는 낮아지고, 상장 후 주가 흐름이 부진한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예비상장사들의 이중고는 연초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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