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비용적 부담을 차치하더라도 계약의 불확실성부터 줄이는 식으로 제도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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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 참여 희망기업 늘지만…참여 여건은 ‘아직’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연구회(대표의원 우원식·김성환)와 에너지전환포럼, 대한변호사협회 ESG위원회는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기업(SK E&S)과 RE100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기업(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비롯한 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해 PPA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PPA를 통한 RE100 참여 희망 기업은 많지만 정작 참여할 현실적 방법이 없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 전 세계 360여 RE100 캠페인 참여기업 중 국내 기업은 19개뿐이지만 최근의 참여 속도는 빠르다. 올 들어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4개사가 가입했고, 삼성그룹과 LG이노텍도 가입을 검토 중이다. 소규모 스타트업 중에서도 마케팅 차원에서 RE100 선언을 희망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RE100 참여 여건은 녹록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로 주요국 대비 미미한데다, 미국, 유럽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의 단가도 높아 가격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RE100 참여 기업도 그나마 사실상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살 수 있는 PPA 제도도 지난해 초 본격 도입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지난 1년 새 계약 성사 건수는 단 2건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3월 SK E&S와 직접 PPA 계약을 맺고, 현대엘리베이터가 올 4월 한국전력공사(015760)의 중개로 지역 태양광발전 사업자와 제3자간 PPA 계약을 맺은 게 전부다. 외국 주요 RE100 참여 기업이 녹색요금제 이용보다 PPA를 활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애플의 RE100 이행 수단 중 PPA 비중은 40.8%에 이른다. 월마트는 87.8%, 구글은 무려 99.6%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PPA를 통한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 공급 계약을 맺은 경험이 있는 SK E&S의 박영욱 팀장은 “정부가 RE100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은 마련했으나 이행 건수가 미미하다”며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량이 적은데다 비싸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등 다른 제도에도 밀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균등화 발전단가(LCOE)를 적용한 미국, 유럽에선 이미 ‘그리드 패리티’(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기존 석탄화력 발전 단가보다 낮아지는 상황)에 이르렀으나 우리나라의 전력 가격결정 구조에선 여전히 가장 높은 에너지원 중 하나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서도 PPA에 참여하기보다는 대규모 발전사업자에 일정 비율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RPS)를 활용해 발전사업자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판매하는 형태가 훨씬 유리하다.
법적 미비점도 RE100 참여 희망 기업이 PPA를 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하정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PPA에 참여할 길은 열렸으나 기업 실무자 관점에서 보면 계약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알 수 없다”며 “PPA도 전기라는 상품을 사고파는 계약인데 가격 조건은 물론 계약 미이행 때의 손해배상이나 이익 조정 등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불분명한 (전력 송·배전)망 이용료 역시 PPA 계약을 어렵게 한다. 기업이 PPA에 참여하려면 국내 송·배전을 전담하는 한전에 낼 망 이용료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산정 기준이 명확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 부연구위원인 김도원 박사는 “망 이용료가 지금보다 더 싸거나 비싸야 한다기보단 모든 기업이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결정 구조가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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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명확히하고 규제 풀어 거래 활성화해야”
이들은 PPA 관련 규정을 명확히하고 RE100 참여 희망 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RE100 참여 희망 기업의 초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규모 거래부터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박영욱 SK E&S 팀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 발전소 내에서도 RPS 참여를 위한 REC와 (RE100을 위한) PPA로 나누어 계약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PPA 참여 희망 수요자는 대부분 소규모 계약을 원하는데,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큰 RPS 참여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PPA용 재생에너지 사업자에도 PRS 참여 사업자처럼 주민참여형 인센티브 지원이나 (인센티브를 전제한) 발전량 예측제도 참여 허용, 망 이용료 등 PPA 부가비용 최소화 등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PPA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정림 변호사는 “현행 전기사업법은 공백이 많고 규제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확실히 된다는 해석 없인 사업자가 PPA 참여를 꺼리게 된다”며 “금지 규정이 없는 부분은 정부와 국회가 규정을 명확히 할 때까지는 허용해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현행법에서 PPA는 1메가와트(㎿) 초과 전력 생산·소비자자만 참여할 수 있는데, 상위법엔 없는 이 같은 규제를 풀어 소규모 PPA 계약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고시대로면 생산자 1㎿ 이하라도 공동 계약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으나 소비자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하 변호사는 “이 규제 개선이 이뤄지면 RE100 달성 노력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려는 소규모 기업의 PPA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원 박사는 PPA 거래에서의 망 중립성을 강조하며 “배전감독원 같은 독립적 규제기관을 신설해 망 중립성을 확보하고 한전도 이를 토대로 좀 더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면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와 관련 PPA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를 한데 묶어 운영하는 가상발전소(VPP) 플랫폼 운영 스타트업 H에너지의 함일한 대표는 “VPP으로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수급 균형을 맞춘다면 기업은 물론 일반 가정이나 승용차도 RE100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 컨설팅 기업 BNZ파트너스의 서정석 지속가능에너지본부장은 “현재는 우리 기업 대다수가 녹색 프리미엄 등에 의존하는 등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 에너지의 전략자산화 추세, (탄소)배출권 확보 편익 등을 고려한 비용편익 분석 땐 (기업의 PPA 참여가) 비관적이진 않다”며 “정부와 국회가 충분한 재생에너지 보급 노력을 기울이고 기업도 RE100에 대한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적극 참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 같은 제언들에 대해 “정부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제도적 불확실성을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이라며 “시장에서도 재생에너지 가격 등 여러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을 같이 해서 PPA를 좀 더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 연구회 대표의원을 맡은 우원식 국회의원(이하 더불어민주당)과 연구책임의원을 맡은 양이원영 의원, 이재명 의원 등이 함께했다. 이 의원의 토론회 참석은 국회 내 첫 공식 행보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우린 기후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이란 우리 삶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며 “이는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부·사회가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피할 수 없기에 반 박자 늦게 끌려가기보다는 반 박자 앞서 이를 선도해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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