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의원 "낙타가 주인 텐트 뺐는 격"

배장호 기자I 2006.09.25 12:58:43

증권사 지급결제업무 허용 비판.."재벌은행 야금야금 안돼"
세계에도 유례없는 제도..캐나다만 유일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모래바람이 치는 사막. 이 바람을 피하기 위해 한 사람이 텐트를 친다. 그가 타고 온 낙타는 모래바람에 눈을 못뜰 지경이라며 머리만이라도 텐트 안으로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인에게 애원한다.

낙타를 동정한 주인은 이 애원을 들어준다. 그런데 낙타는 또 요청한다. "머리만 넣었더니 다리가 구부정해 불편하다"며 몸통도 넣게 해달라고.

몸통까지 들이민 낙타는 대담하게도 이번엔 텐트에서 함께 지내자고 요구한다. "함께 여행하면서 자기만 밖에서 자는것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라고 덤빈다.

일견 타당해 보인는 낙타의 주장에 주인은 어정쩡하게 낙타에게 한자리를 내준다. 그러나 텐트 안 공간은 낙타가 들어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모로 누워 자던 주인은 결국 낙타에게 밀려난다. 주인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텐트는 이미 낙타의 차지였고, 자산은 밖에서 모래바람을 맞고 있었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25일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투자회사(증권회사)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 허용 문제에 대해 "낙타가 주인의 텐트를 뺐는 격이 될 것"이라며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우리 경제의 혈관과도 같은 지급결제 시스템은 어느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겨도 전체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증권사에 지급 결제 업무를 허용한 나라가 캐나다 밖에 없는 이유를 상기하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이 재경부와 증권업계가 주장하는 '소비자 편익'만이겠냐"며 제도 도입에 대한 재경부와 증권업계의 숨은 의도를 꼬집었다.

박영선 의원은 "낙타가 텐트를 차지하는 과정처럼 처음엔 증권사에 한정된 은행업무를 허용하지만 점차 범위를 야금야금 넓혀 종국에는 수신업무까지 취급하는 완전한 재벌은행이 탄생하게될 것"이라며 "결국 수익에 도움이 안되는 수많은 금융이용자들은 낙타에게 텐트를 뺏기는 주인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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