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Question]롯데는 왜 한앤코를 선택했나

김영수 기자I 2019.05.08 08:34:12
서울 중구 남창동 롯데카드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습니다.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뒤숭숭한기만 합니다.”

롯데카드 매각을 둘러싼 금융투자업계의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카드 임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롯데그룹(이하 롯데) 차원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왜 사모투자펀드(PEF)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에 롯데카드를 매각하려 할까.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은 모든 시장관계자들의 예측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서프라이즈 딜’로 불린다. 그만큼 혼전 양상이었던 것이다.

실제 하나금융지주, 한화그룹, MBK파트너스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한화그룹이 본입찰에 빠지면서 하나금융으로 기운 것 같았지만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이면서 상황이 반전되기도 했다. 하나금융 측도 복병이 나타났다며 비상회의를 하는 등 우리은행과 짝을 맺은 MBK파트너스의 동태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시장 관계자들은 다들 경악하고 말았다.

최종 승자로 낙점된 한앤코는 사실 금융사 인수·운용 경험(트랙레코드)을 놓고 본다면 MBK파트너스의 적수가 안된다. MBK파트너스는 HK저축은행,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등을 인수하면서 금융사 운영 경험을 축적했지만 한앤코는 과거 한상원 대표가 모간스탠리PE 대표로 재직할 당시인 2007년 랜드마크자산운용(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딜이 전부다.

한 대표가 2010년 한앤코를 창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한앤코의 금융사 딜은 마땅히 내세울만한게 없다. 딜 사이즈 자체도 랜드마크자산운용과 견줄 수 없다. 한앤코가 사들이는 롯데카드 인수 지분은 롯데 보유지분의 80%로 1조4500억원에 이른다. 한앤코로선 금융사 인수·운용 트랙레코드가 없다는 시장의 의문에 난색을 표한다.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롯데는 무엇을 노리고 한앤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을까. 시장의 의견은 대체로 ‘롯데의 미련’을 꼽는다. 롯데카드는 유통공룡인 롯데 계열사들과 롯데멤버스(롯데통합포인트)로 묶여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롯데를 떠나서는 독자생존하기 어렵다. 이에 롯데는 애초 롯데카드 지분을 일부 남겨놓고 제3자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M&A 흥행을 떠나서 롯데지주 밖에라도 롯데카드를 남겨 두고 싶어하는 미련이 남아서다. 한앤코에 80% 지분을 넘길 경우 잔여지분 20%는 롯데지주 밖 계열사인 롯데호텔과 롯데물산에 분산 매각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시장에선 기정사실화된 팩트다.

롯데는 홈플러스를 보유한 MBK파트너스에 롯데카드를 넘길 경우 롯데 유통계열사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MBK파트너스를 딜을 완주하기 위한 러닝메이트로 제쳐둔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의 경우 롯데카드 인수시 하나카드와의 합병 시너지를 감안해 두 카드사 간 상호 겹치는 사업부문에서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 듯하다. 여기에 한앤코는 완전고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하나금융을 견제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롯데는 가격을 가장 높게 제시하면서도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잡음이 없고 롯데카드를 품고 있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앤코를 선택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추론이다. 하지만 롯데카드 임직원들로선 한앤코 인수이후 몇 년 후 또 매각 선상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되레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유지는 설득력이 약하다.

더구나 사모펀드의 특성상 약정수익률(IRR)을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재매각 시점에서의 매각가는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카드를 인수할 적격후보가 금융지주사로 제한된 국내 시장을 감안할 때 한앤코는 ‘꽃놀이패’를 쥘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앤코가 롯데카드를 어떻게 밸류애드(Value-add)를 시킬지 주목되면서도 덩치 커진 롯데카드를 누가 인수할지 벌써부터 혼전 양상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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