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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빠진` 美주택시장, 건전한 회복세 탄다

김혜미 기자I 2014.07.06 14:56:11

기존·신규주택 판매, 올 봄부터 다시 증가세
주택가격 상승폭은 둔화.."작년보다 상승폭 줄어"
펀드·연기금, 압류주택 매입 줄이고 일부 매도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뉴저지와 뉴욕에서 20년 가까이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고 있는 애니 킴(가명·45)씨는 몇달 전부터 부쩍 고객이 늘었다.

보통 학기 전인 여름에 이사를 많이 한다지만, 최근 한 달간 종료된 거래가 3건 이상일 정도로 예년에 비해 거래가 늘었다. 통상 집을 매매할 때 매도호가보다 약간 낮은 가격에 거래가 형성되기 마련인데, 요즘은 웃돈을 주고라도 마음에 드는 집을 사겠다는 고객들이 심심찮게 나타난다.

5월 주택판매(왼쪽부터 신규주택판매, 기존주택판매, 주택착공, 착공허가)
그는 “집 상태가 특히 괜찮은 경우는 서두르지 않으면 구입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집값도 서서히 올라 이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주택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모기지 금리 상승과 집값 급등, 겨울 한파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했지만, 봄이 시작된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주택 거래량의 90% 가량 차지하는 기존주택 판매는 지난 4월부터 2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5월에는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회복과 재고 증가, 모기지 금리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나머지 10%를 차지하는 신규주택 판매도 지난 5월 6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다만 주택가격 상승폭은 둔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케이스쉴러가 함께 발표한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대비 10.8% 상승, 전월보다 둔화됐다. 최근 코어로직이 발표한 5월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년대비 8.8%였다. 큰 폭 상승한 것이지만 3개월 전 기록한 것보다는 3%포인트 가량 낮으며 18개월만에 최저 상승률이었다. 데이비드 M.블리처 S&P 다우존스 지수위원장은 “지난해 일부 남부지역 도시는 전년대비 30% 가까이 올랐지만, 이제는 20% 미만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건전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빠르게 올랐지만, 최근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거품 우려가 줄고 있다는 관점에서다. 제드 콜코 트룰리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판매는 늘고 있지만 가격은 내려가고 있다”며 “주택 거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가격 급등세가 지속돼선 안된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연기금은 압류주택 매입을 줄이고 일부 매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 압류주택이 쏟아져나오면서 이를 매입, 임대해 짭짤한 수익을 올려 왔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기관 투자자들이 사들인 단독주택은 약 38만6000채에 이른다.

또 최근 적극적으로 압류주택 매입에 나섰던 블랙스톤을 비롯, 아메리칸 홈즈 4렌트와 아메리칸 레지덴셜 프로퍼티 등도 압류주택 공급 감소와 주택가격 상승 여파로 매입 속도를 줄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펀드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압류주택 매입을 도맡아 온 웨이포인트 리얼 에스테이트 그룹은 주택 4000채 가운데 절반 가량의 매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주택시장 특징은 최고 부자들, 이른바 ‘슈퍼리치’와 중산층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 더글러스 엘리먼 앤 밀러 새뮤얼 리얼 에스테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의 경우 지난 2분기 침실 1개 혹은 2개짜리 아파트 가격은 3.6% 하락했지만, 대형 새 아파트는 1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흐름은 미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상 가격이 더 비싼 신규주택은 기존주택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 1968년부터 2008년까지 신규주택과 기존 주택가격 차이는 15%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신규 단독주택 평균 가격은 기존주택 평균 가격보다 38% 더 높았다.

스티븐 킴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이 정도의 격차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결국 줄어들게 될 것”이라면서 “2016년쯤 신규주택 가격이 소폭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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