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통화스왑 왜곡 완화.."정상화 기대는 일러"

양미영 기자I 2003.05.19 11:28:32

수급취약· 북핵문제 등이 변수

[edaily 양미영기자] 한동안 실종된 페이(pay)와 끝없이 밀려드는 리시브(receive) 수요로 왜곡 현상을 빚었던 통화스왑(CRS) 시장이 최근 들어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CRS 단기쪽에서 나타난 커브 역전(invert) 현상이 완화되고 각 구간별 스프레드가 다소 확대되고 있다. IRS-CRS간 베이시스도 상당폭 축소됐다. 물론 CRS 레이트는 여전히 3%대에 머물러 있고 스왑 커브 역시 평평하게 누운 모습이지만 시장은 CRS 커브의 외견상 변화를 두고 왜곡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점치는 모습이다. 이같은 개선에는 한동안 CRS 커브를 강하게 눌러왔던 외부요인들이 일부 해소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수급상황이 여전히 취약한데다 북핵문제 등이 남아있는 상황인 만큼 아직 기대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RS 커브 우상향..정상화 신호(?) 지난 2월말 CRS 레이트가 4% 밑으로 추락한 후 CRS시장은 근 두달 동안 심한 몸살을 앓았다. 리시브만 득세하고 페이를 찾아볼 수 없게 되면서 CRS는 레이트는 끝없이 추락했다. 그 와중에 커브도 점차 기형화되기 시작했다. 일부 물량에 리시브가 집중되면서 2,3년물 금리가 붙고 1년물과는 오히려 역전되는 현상이 빚어진 것. 이같은 추세는 지난 4월 중순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지난 4월18일 CRS 구간별 스프레드가 일제히 플러스로 돌아선 후 지난 6일 CRS 1-2년간 스프레드가 8bp까지 확대되는 등 단기물 쪽 커브가 다소 스티픈해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불과 몇 주전까지 CRS 1년과 2, 3년간 레이트가 역전되면서 마이너스 수준에서 스프레드 거래가 체결된 반면 지난 7일 CRS 1-3년 거래가 15bp까지 체결되며 커브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1-3년 스프레드(단위:bp) 시장 왜곡현상의 대표적인 바로미터인 CRS-IRS간 베이시스 간격도 축소되고 있다. 한때 -100bp 이상으로 확대됐던 베이시스 간격은 북핵 리스크 완화를 계기로 -100bp 안쪽으로 좁혀진 후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꾸준히 일정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IRS-CRS 3년 베이시스(단위:bp) 한 국내은행 딜러는 "최근까지 CRS 1-3년간 레이트가 역전되면서 마이너스 수준에서 스프레드 거래가 체결된 반면 플러스로 체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CRS 커브 정상화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완전히 정착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도 "북핵 관련 문제가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닌 이상 상황이 언제든지 돌변할 가능성이 있지만 CRS시장이 어느 정도 정상화된 것으로 본다"며 "베이시스가 축소된 모습만 봐도 과거 CRS 시장에 비하면 크게 양호해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고객물량 감소 및 헤지수단 변화가 일등공신 시장 참가자들은 CRS시장의 바탕은 "수급"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단순히 방향성에 대한 베팅보다는 고객물량 헤지 수단으로 CRS시장을 활용하는 만큼 물량에 의해 왜곡될 수도 있고 다시 정상화될 수도 있는 것이 CRS시장이다. 이렇게 볼 때 최근 CRS시장이 정상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수급 요인이 크다. 한동안 리시브 수요를 끝없이 만들어내던 고객물량이 줄어든 데다 커브 플래트닝이 심화되면서 일부 포지션을 헤지없이 오픈해 놓았기 때문. 특히 리시브 유발의 주원인인 해외채권 투자가 최근 SK글로벌이 초래한 금융사태 이후 CRS시장도 소강상태를 보이며 거래가 뜸해진 이유가 크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해외채권 발행 대부분이 보류되거나 연기된 상태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최근까지 CRS 커브를 눌러왔던 요인은 보험사들의 해외채권 발행에 따른 스왑헤지 물량이었지만 이같은 물량이 상당부분 줄면서 리시브 수요 역시 감소했다"며 "이같은 요인이 CRS정상화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브가 플랫해지면서 장기물 쪽에 대한 헤지를 보류하고 포지션을 오픈 해 놓다보니 그만큼 리시브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가령 10년물 채권의 경우 3년까지만 헤지를 하고 나머지 부분의 경우 커브 추이를 좀더 지켜보려는 전략이 짧은 쪽에만 헤지를 불러오면서 리시브를 감소시킨 셈이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또 "최근 기업체들이 기존 달러 익스포져를 원화로 바꾸면서 장기물 쪽에서 페이가 일부 나온 점도 커브를 조금이나마 스티픈해지게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CRS시장에 리시브만 난무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부 외국계 은행에서는 아예 CRS대신 국고채 매수를 통해 헤지를 하게 되면서 리시브 수요가 경감된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본래 달러채권을 통해 조달한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에셋스왑의 경우 원화 고정금리 페이에 따른 반대거래로 CRS시장의 리시브 포지션을 만들지만 최근 몇몇 외국계은행들은 프라이싱 과정에서 CRS 스왑 커브를 쓰는 대신 국고채 커브를 쓰면서 리시브 수요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프라이싱에서 CRS 레이트를 활용했지만 최근 CRS 레이트가 너무 낮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낮아졌고 따라서 반대 거래시 스왑 레이트 보다 높은 국고채 레이트를 쓰겠다는 일종을 계약을 하고 있다. 결국 언와인드 거래시 약정된 국고채 커브를 쓰다보니 CRS 리시브 대신 국고채를 매수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 마켓메이킹 은행은 "최근 외국계들이 새로운 스왑 형태로 국고채 일드 레이트를 통한 프라이싱을 통해 베이시스를 일정부분을 떼어주는 형태로 계약을 하면서 리시브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외국계 은행 딜러도 "일부 외국계 은행들의 이같은 헤지수단 변화가 지속되면서 리시브 수요 감소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밖에 CRS시장의 정상화를 이끈 요인으로 최근 평화적인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는 북핵 리스크 완화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CRS 레이트는 국가 신인도를 좌지우지하는 북핵 심각성의 강도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컨트리 리스크 완화로 7일째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외평채 가산금리가 크게 하락했던 지난 4월15일 CRS 레이트는 페이가 되살아나며 급등했고 베이시스도 -100bp 이하로 축소됐다. 반면 지난 4월25일에는 북·중·미 3자 회담이 조기종료되고 북한 핵무기 보유 소식이 컨트리 리스크를 재부각시키며 CRS 레이트는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변화는 특히 F/X스왑시장과 연계된 단기물 쪽부터 선순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낙관은 일러..완화 가능성에 의미 둬야 그러나 한동안 우상향을 유지하던 CRS 스왑커브는 지난 주 중반부터 다시 1, 2년물 구간이 붙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객물량으로 추정되는 2년물 오퍼가 강한 탓이다. 이처럼 한동안 표면적으로나마 정상을 되찾았던 금리는 고객물량 수요에 의해 단번에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단기물과 달리 장기물 쪽의 경우 최근에 와서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F/X 스왑과 연계되면서 단기물 쪽으로 먼저 페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단기물쪽 커브가 정상화됐지만 장기물로 전이되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상황이다. 마켓메이킹 은행 딜러는 "1년물의 경우 F/X스왑과의 연계를 감안할 때 커브상으로 우상향하고 있지만 장기물 쪽은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이르다"며 "IRS 커브도 다시 플래트닝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치상으로 정상을 되찾았을 뿐 물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거 거래없는 정상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여전히 스왑뱅크에서 페이할 수 있는 물량은 카드사 등의 ABS물량 등 1,2,3년물에 불과한 점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속적인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의미가 두기 어렵다는 것이 대세다. 고객물량에 의해 금새 커브가 흔들리는 현재의 얇은 시장도 CRS시장 정상을 장담하기 힘든 요인이다. 국내은행 딜러도 "베이시스가 최근 정상화되고 대고객물량이 조금씩 나오면서 정상적인 커브를 그리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완전한 우상향을 짧은 시간에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켓메이킹 은행 딜러는 "표면상이나마 이같은 개선을 보이고 있는 것은 괄목할 만한 현상"이라며 "스왑커브가 정상화 본 궤도에 오르고 환율 하락이 이어질 경우 장기물 쪽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은행 딜러도 "시장이 정상화되면 좋지만 그런 노력을 강요하는 쪽은 아무도 없다"며 "다만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고 컨트리 리스크가 줄게 되면 정상적인 시장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며 "결국 CRS와 IRS 커브가 접근하면 할수록 시장이 선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해외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겠지만 현 추세로 볼 때 충분히 정상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최근 CRS 리시브 대신 국고 3년물 매수를 통해 헤지를 하는 일부 완화 요인이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여 CRS 시장 정상화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외국계 은행 딜러도 "최근 베이시스가 CRS 단기물 쪽으로는 65~70bp, 장기물 쪽으로는 이보다 다소 높은 80bp 수준까지 좁혀진 후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라며 "어느 정도 예전 모습을 되찾은 후 레인지 장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의미를 둘만 하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