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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위험수준" 공감했지만…해법 엇갈린 美·中외교장관

방성훈 기자I 2017.03.19 13:11:37

틸러슨 美국무-왕이 中외교 회동…"한반도 긴장 위험수준" 동의
"中 적극적 역할 해달라" VS "한반도 본질은 미·북 문제"

렉스 틸러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외교장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반도 정세가 위험수준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미국은 군사적 해결 방안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중국은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강조하고 있어 좀처럼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다라 다음 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의견 대립이 예상된다.

틸러슨 장관과 왕 부장은 18일(현지시간)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문제 등을 논의했다. 양국 외교 수장은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는데 양측이 공감했으며 대북 문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틸러슨 장관은 “한반도의 긴장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핵미사을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에 비해선 수위가 낮아진 발언이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는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뒤 “진정한 담판으로 진전을 이뤄내고 평화와 외교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견지한다. 우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3자(미·중·북) 회담을 추진했고 그 후에 6자 회담으로 확대, 북한과 미국이 접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면서 “(북핵 문제는) 지금 새로운 교차점에 서 있으며 엄격하게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집행하고 북한과의 대화 노력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경한 대북 제재보다는 사실상 대화를 통한 해법에 무게를 둔 것이다. 왕 부장은 또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 그리고 한반도 사드 문제에 대한 원칙과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접근법을 사용했으나 실패했었다”면서 “워싱턴은 북한을 두려워하지 말고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결국 양국 외교 수장들은 북핵 해법과 사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양측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공통된 해법을 얻기까지는 아직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단 얘기다. 왕 부장도 “틸러슨 장관과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해 오래 토론했는데 한두 번의 의견 교환만으로는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 정세 이외에도 남중국해 갈등과 대만 문제, 무역·투자 현안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으며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시 주석의 방미 일정과 정상회담 의제 조율도 함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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