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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정치 충격…연구기관 '성장률 전망' 내릴까

김정남 기자I 2016.11.27 14:32:04

최순실에 트럼프에…경제 덮치는 정치 리스크
각 경제 연구기관들, 성장률 하향 조정 고심중
확장성 우려도…최순실 정국, 대선과 맞물릴듯
내년 유럽 주요선거 제2의 트럼프 나올지 관심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종=박종오 기자] 예상을 뛰어넘는 정치적 충격이 우리 경제에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 2% 초중반대 성장률을 전망한 각 연구기관들도 하향 조정을 고심하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는 내년 대선 정국과도 맞물린 이슈여서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정치의 계절’이 본격화하면 각종 경제정책은 표류할 수 있어 우려된다.

국내 뿐만 아니다. 트럼프발(發) 고립주의 영향이 내년 유럽 국가들의 주요 선거까지 미칠 경우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순실에 트럼프에…경제 덮치는 정치 리스크

27일 경제계에 따르면 2% 초중반대인 국책 혹은 민간 연구기관들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에는 최근 잇단 국내외 정치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2.7%), 한국경제연구원(2.2%), LG경제연구원(2.2%), 현대경제연구원(2.6%) 등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최순실 정국 등이 본격화하기 전에 나왔던 것이다.

다음달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전망부터 주목된다. KDI는 성장률 하향 조정 여부를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최순실 정국은 하방 리스크(기존 예상을 벗어나는 하락 방향의 위험)로 보고 있다”면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전반을 더 위축시키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리스크의 불확실성은 더 크다. 그는 “최순실 사태는 어쨌든 정치 일정이 구체화하면 반영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당선은 아직 모르겠다”면서 “확실한 건 변동성은 클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실제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국내외 정국 혼란을 반영한데 따른 것이다.

다른 민간연구기관들 분위기도 비슷하다. 당초 2.2%를 전망한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창배 연구위원은 최근 정치 상황을 하방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는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요인이 생긴 것 맞다”면서 “하향 조정 여부는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정치 현상들은 불확실성 요인”이라면서 “추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기류는 이미 지표로 증명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설문조사한 이번달 가계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월 대비 6.1포인트 급락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갑작스러운 가계의 경제심리 하락은 정치 상황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나오는 한은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급격히 악화했을지 주목된다.

정책당국도 고심하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공식 성장률 전망치는 3%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2%대로 보는 기류가 엄연히 있다. 3%는 정책의지가 반영된 ‘목표치’이지 순수한 전망치는 아니라는 얘기다. 장병화 한은 부총재도 “국내외에서 여러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요인들이 가세하면서 경제전망의 오차를 줄이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 인사들은 최순실 정국 등을 두고 불확실성을 토로하고 있다.



◇내년 유럽 주요 선거 제2 트럼프 나올지 관심

최근 정치 리스크는 그 확장성 측면에서 더 우려된다. 최순실 정국은 차기 대권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최순실 정국의 후폭풍이 내년 대선 ‘본게임’과 맞물리면, 각종 경제 정책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대권주자들의 ‘실체 모호한’ 경제 구호들만 난무할 수도 있다.

경제 관련 한 국책연구원장은 “지금부터라도 여야가 초당적으로 경제의 구조개혁 체질개선의 기반을 실제적으로 닦아놓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다음 정권이 새로 시작하려 한다면 결과적으로 3년 정도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리스크도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내년 프랑스 총·대선, 독일 총선, 네덜란드 총선 등 굵직한 선거들이 예정돼 있다. 극우주의자인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FN) 대표의 당선 여부는 미국 대선 못지 않은 관심사가 됐다. 한 정책당국 인사는 “르펜이 당선되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가 가시화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 유럽연합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금융센터도 내년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고립주의를 첫 손에 꼽았다. 이로 인해 교역이 축소되고 거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주원 실장은 “정부와 기업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비해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상대적으로 구매력 증가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이란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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