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선박 몸값 '고공행진'..180선 뚫은 신조선가 더 오르나

하지나 기자I 2024.03.07 09:29:35

중고선가지수 165.02..올들어 6주 연속 상승세
VLCC 5년 중고선가 1.1억달러..신조선가 88%
韓 3년만에 VLCC 4척 수주 '2008년 이후 최고가'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신조선가지수가 15년 만에 180선을 넘어선 가운데 신조선가지수의 선행지표 중 하나인 중고선가지수도 함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증가 등 공급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박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발주 가뭄을 나타냈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주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7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81.45포인트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신조선가지수가 180선을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역대 가장 높은 신조선가는 2008년 8월 기록한 191.5포인트이다.

최근 중고선가지수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선가지수는 전주대비 0.82포인트 상승한 165.02포인트를 기록하며 6주 연속 오름세다. 중고선 거래량도 올 들어 387척이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6척보다 30% 넘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유조선 부문의 중고선가는 최근 15년 내 최고 수준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조선은 최근 수년간의 선박 발주 부진으로 1월말 기준 수주잔고가 전체 선대의 7%에 불과하다”며 “또 유조선 중고선가는 신조선가의 93% 수준까지 상승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신조선가는 1억2800만달러로 전주와 동일했지만, 5년 중고선가는 200만달러가 상승하며 1억1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의 88%에 이르는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중고 선박은 바로 거래가 될 수 있다는 특성상 해상 운임 시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운임 강세가 나타나면 선사들이 단기간에 선복을 늘리고자 중고선 매입에 나서면서 중고선박 가격이 튀어 오른다.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하면 신조 가격을 밀어 올리는 효과도 가져온다.

올 들어 VLCC 발주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에즈막스급에 집중됐던 탱커 발주가 VLCC로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까지 전세계적으로 18척의 발주가 이뤄졌고 이 중 한국이 4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VLCC를 수주한 것은 2021년 이후 3년만이다. 글로벌 유조선사인 DHT홀딩스는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삼호중공업에 32만DWT급 VLCC 4척을 발주했다. 총 계약 금액은 5억1448만달러, 척당 평균 선가는 1억2850만달러 수준으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가다.

시장에서는 대형 탱거 발주 시장이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적으로 건조 중인 수주 잔량이 23척밖에 되지 않는데다 1월 한화오션이 인도한 1척을 제외하면 2024~2025년 인도 예정인 VLCC는 전무한 상황이다. 선복 부족에 따른 운임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선주들이 발주에 나설 여지가 높다고 본 것이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형 탱커 발주 증가는 급격히 감소한 발주 잔고에 따른 기대심리 및 홍해 사태 등에 따른 운임 변동성에 따른 것”이라며 “VLCC 선가는 2008년 이후 최고가이며 월간 발주 척수로 봐도 2020년 이후 최근 5년래 가장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올해 탱커 발주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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