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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대구銀 '키코 배상' 결정 5번째 미루나

김범준 기자I 2020.05.05 14:36:10

6일 마감시한 앞두고 다시 연장요청할듯
강제성 없는 조정..사실상 거부의사 해석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 판매에 대한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또다시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네 차례나 연장했고, 추가로 연장을 신청하면 다섯번째 연장이다. 사실상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6일 4번째 연장을 신청했을 때 들었던 명분은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6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된 만큼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를 받아들여 마감 기한을 한 달 연장했다. 마감시한 이달 6일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5일 현재까지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 신한은행 내부 사정에 정통한 고위관계자는 “분기 결산 등 보고 받는 이사회가 5월 하순쯤 있을 것”이라며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해 이사회에서) 아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6일 4차 연장에 따른 마감 시한까지) 시간이 촉박해 재연장 신청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DGB대구은행도 아직까지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론내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 등의 이유로 들면서 또 한차례 연장 요청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6일 4차 연장에 따른 마감 당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격 수용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금감원 키코 분쟁조정안에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은행은 신한·하나·대구은행 3곳이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12월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판매 배상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들 은행이 이미 내부적으로 불수용으로 결론 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일단 미루고 보면서 일부러 ‘시간 끌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독당국도 분쟁조정안은 내놨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 만큼 개별 은행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조정이란게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금감원이) 종결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남은 세 은행들이) 아직까지 입장을 밝힌 건 없지만, 합당한 이유를 들어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하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파생상품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수출 중소기업들이 대거 피해를 본 지 약 11년 만, 금감원이 키코 재수사에 착수한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에 따른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KDB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다만 이번 분쟁조정안은 ‘권고안’에 그치다 보니 이러한 배상액 결정을 개별 은행들이 거부한다고 해도 강제하지는 못한다. 민사상 손해배상소송 시효도 이미 지났기 때문에 다른 실효적 구제 방법 없이 금감원의 ‘키코 사태 배상결정’이라는 ‘선언적 의미’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6개 은행 중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제일 먼저 분쟁 조정을 수용하고 이미 배상금 지급까지 마쳤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단, 씨티은행은 추가 배상 대상 기업 39곳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검토한 후 적정한 보상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나머지 3개 은행들도 그 동안 다툼의 여지를 보여왔던 만큼 이들이 이번 4차 연장에 따른 마감 당일 갑자기 배상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수용할 경우 최고 150억원 규모의 배상금액 뿐 아니라 배임 시비에 말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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