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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바다를 하늘에서 지킨다”

선상원 기자I 2019.03.17 14:36:35

해군 P-3C 초계기의 해상 정찰작전 탑승기
일본 초계기 근접비행 등으로 긴장감 감돌아
잠수함 탐지하고 어선 상선 군함 등 식별 척척
해군 초계기, 일본의 10분의 1.. 초계기 늘려야

[이데일리 허영섭 논설실장] 해군 초계기에서 내려다 본 서해 해상은 평온했다. 옅은 구름에 미세먼지까지 약간 끼긴 했지만 날씨는 그런 대로 맑은 편이었다. 제61 해상초계기전대 소속 P-3C기는 성남공항을 이륙한 지 20여분 만에 충남 서산에서 40㎞ 서쪽의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멀리 몇 개의 작은 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근처에서 조업 중인 우리 어선들의 움직임이 활기차다. 지난 15일 국방담당 논설위원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안보현장 견학에서 둘러본 우리 바다의 모습이다.

초계기 대원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기본적인 경계·정찰 임무수행 과정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게 요즘 상황이다. 더구나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 구조활동을 벌이던 우리 함정을 향해 무장한 일본 초계기가 근접비행을 감행함으로써 논란이 확대된 것이 최근 일이다. 중국 군함의 우리 해역 침범도 잦아지고 있다.

헤드셋을 쓴 채 전방을 주시하며 조종간을 움직이는 조종사의 눈빛부터가 다르다. 조종석 앞의 계기판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지 않는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물론 지도까지 받쳐놓고 항로를 확인해야 한다. 민간 항공기처럼 정해진 항로를 따라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작전 상황에 따라 수시로 목적지가 바뀌는 게 보통이다. 소령 견장을 단 전대장의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계기판의 바늘들은 계속 움직인다. “ ”

해군 P-3 해상초계기 조종사가 서해 해상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해군]
레이더 화면을 들여다보며 바다 밑의 움직임까지 추적해야 하는 대원들의 긴장감은 더하다. 일단 자장 탐지로 잠수함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 주변에 부표를 떨어트려 정확한 위치를 잡게 된다. 대개는 음파를 추적하는 소노부이(sonobuoy)를 사용하게 되지만 수온측정·반사음향 방법이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음파 화면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음파 움직임이 물결치듯 나타나 있다.

그에 비하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배가 군함인지, 아니면 어선이나 화물선인지 구분하는 것은 수월한 편이다. 물론 숙달된 대원에 한해서다. 망원경으로 멀리서 잡힌 화면에는 선박이 물결을 헤치며 나아가는 희미한 윤곽뿐인데도 척척 구분해낸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 화면이 흐릴 경우에도 선박의 크기나 마스트의 높이 나 위치만으로도 가늠이 가능하다. 마침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우리 함정의 늠름한 모습이 확인된다. 작전활동을 마치고 평택항으로 귀환 중인 함정이다.

P-3 해상초계기 승무원이 서해 해상 초계비행 중 임무 수행 중인 해군 함정과 교신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해군]
초계기는 가급적 멀리서 상대방의 동향을 살펴야 하는 게 임무 수행의 기본 수칙이다. 가까이 근접해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게 되면 작전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그만큼 공격 받을 소지도 커지게 된다. 초계기가 고도를 높일수록 감시 범위가 넓어지지만 보통 1.5~2.5㎞의 고도를 유지하는 것도 가상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피하려는 자기방어 조치다. 제트기가 아니라 프로펠러 기종이므로 300m까지 고도를 낮출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멀리서도 식별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해상에서 일본 초계기가 왜 마찰을 무릅쓰고 우리 함정을 향해 근접비행을 했는지 의도가 의심스러운 이유다.

해군은 현재 10여대의 초계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2~3년 안으로 20대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3면이 바다인 우리 해역을 지키려면 그 정도로도 부족하다. 일본 해상자위대만 해도 100대 안팎의 초계기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계기가 이륙 두 시간여 만에 김해기지에 착륙한 한참 뒤에도 “조국의 바다를 하늘에서 지킨다”라는 초계기전대의 슬로건이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해군 6항공전단 해상초계전대 소속 P-3CK 해상초계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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