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은 한 다발의 동백꽃처럼 섬 전체가 동백숲이다. 동백과 해송, 후박나무, 팔손이 등이 섬을 뒤덮고 있는데 수종의 70%가 동백이다.
수십 수백년 먹은 동백이 원시의 모습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군(軍)의 보호’ 때문이었다. 비무장지대의 생태가 살아난 것처럼, 군의 관리를 받는 섬이다 보니 난개발 광풍을 비켜갈 수 있었다.
이 섬에는 조선시대에 주민들이 건너가 살았던 기록이 남아있다. 이후 일제가 군 주둔지로 삼으면서 주민들은 강제로 쫓겨났고, 해방 이후 다시 건너온 주민들이 섬을 지키고 있다. 현재 15가구 20여 명이 살고 있다.
길을 따라 옹기종기 들어선 민박집들. 주민들은 예전에는 섬을 알뜰하게 개간해 마늘 고구마 유자 밀감 등 농사를 짓고 살았으나, 지금은 모두 손을 놓았다. 최근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민박이나 낚시꾼 대상 식사 등으로 벌이 수단을 바꿨다.
동백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지심도 여행은 동백 외에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길이 1.5km, 폭 500m의 작은 섬이기에 길 따라 이리 저리 돌아다녀봐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길은 좁지만 잘 다듬어져 걷기에 무리가 없다. 섬사람들은 뒤에 큰 짐칸을 단 삼륜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삼는다. 선착장에서 각 민박집까지 계단 없는 길이 이어져 있다.
|
섬의 남쪽, 국방연구소 입구에서 오솔길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면 일제의 흔적을 만난다. 시누대 군락 사이에 동그란 물 빠진 연못 같은 포대 구조물이 3개 있고 벙커로 지어진 탄약고가 하나 있다.
|
하지만 환경부의 반대로 벽에 부딪혔다.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행이다. 군에 의해 개발의 손길에서 자유로웠던 원시의 동백숲이 당분간은 망가지지 않을 것이기에. 박제되지 않은 원시의 섬, 원시의 숲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심도 가는 배는 장승포항의 장승포항해경파출소 앞 도선장에서 탈 수 있다. 이달 말까지는 오전 8시30분, 낮 12시 30분, 오후2시 30분에 장승포항을 출발한다. 3월부터 10월말까지는 오전 8시, 오전 10시30분, 낮12시30분, 오후2시30분, 4시30분 등 총 5편으로 증편한다. 왕복요금 대인 8,000원, 소인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