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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기술의 나치의 유태인 학살 이용 논란

김홍기 기자I 2001.02.12 13:12:14
IBM의 창업자인 토머스 왓슨은 1937년 아돌프 히틀러로부터 "제3제국의 가치있는 외국인"으로서 철십자와 독수리 문장이 있는 메달을 수여받은 일 때문에 시달려왔다. 이는 IBM의 원죄처럼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독일은 미국에 이어 IBM의 두번째로 큰 고객이었는데, IBM의 펀치카드 기술이 히틀러의 재무장 프로그램에 따라 독일 열차를 정시에 움직이도록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살인적인 인종 차별 정책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인구 센서스 데이터를 표로 작성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것. 그러나 최근에 나온 "IBM과 홀로코스트"라는 서적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이자 전직 기자인 에드윈 블랙은 IBM의 나치 독일 협력이 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11일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책에서 "IBM이 없었다면 홀로코스트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IBM의 기술 때문에 유태인 학살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나치 독일은 1933~1939년에 IBM의 펀치카드 기술을 이용해 추방 대상 유태인과 기타 인종을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부 역사학자들은 블랙의 결론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만 일부는 과장됐다고 말하고 있다. 나치 독일은 이전부터 유태인을 추적해왔다는 것. 컴퓨터의 선구자격인 IBM의 펀치카드 기술이 없었더라도 홀로코스트는 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럽 유태인의 파괴"라는 책을 쓴 유태인 학살 권위자인 라울 힐버그는 "이것이 인과관계를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유태인을 관리, 학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IBM은 "아직 책을 보지 않아서 언급하기가 힘들다"고 말한 뒤 "IBM도 나치와 학살 행위를 비난했었다"고 말했다. 왓슨은 1940년 6월에 "당신 정부의 정책을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면서 훈장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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