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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위력 있으면 행사한 것` 판단…안희정 항소심선 유죄 판결 날까

송승현 기자I 2018.12.25 14:44:54

직장 하급자 간음 혐의 상급자 1·2심서 모두 유죄
法 "평가 영향력·인사고과 시기…행위 없이도 위력행사"
`위력 있지만 행사 없다`는 안희정 1심과 다른 가능성도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성범죄 사건에서 업무상 위력은 실제로 존재하기만 하면 행사한 것과 다름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의 1심 재판부와는 다른 판단으로 최근 시작한 항소심에서 위력 행사 여부가 어떻게 적용될 지 관심을 모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이수영)는 피감독자간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양형사정을 지적받았지만 피고인인 본인만 항소한 이유로 `불이익 변경 금지` 적용을 받았다. 불이익 변경금지란 형사소송법 제368조에 따라 검찰이 아닌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선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A씨는 자신보다 하급자인 B씨를 불러 술을 마시게 한 다음 간음한 혐의(피감독자간음)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와 B씨는 일면식 없이 그날 처음 만난 사이였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업무상 위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 대해 근무성적평가 등을 이유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점 △사건 발생 당시 인사고과 평가가 이뤄질 무렵인 점 △B씨가 다음해 승진대상자였던 점 등을 이유로 “A씨가 위력을 행사했다고 봄이 넉넉하다”고 판시했다. 즉, A씨가 범행을 벌일 당시 인사고과나 자신의 지위 등을 이용해 B씨를 협박하는 등 구체적 행위를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여러 상황상 A씨의 위력이 B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 원심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1심 역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위력으로 B씨를 간음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지난 8월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 재판부 판결과는 결이 다르다. 당시 안 전 지사의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충남 도지사로서 별정직인 피해자 김지은씨의 임면권을 쥐고 있는 점 △안 전 지사가 유력 정치인으로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돼 정치적 지위가 있는 점 등을 거론하며 위력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위력의 존재한다고 해서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평소 수행비서인 김씨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직책이 낮거나 또는 나이 어린 사람들과 어울려 담배를 피우는 등 안 전 지사가 평소 고압적인 성격이 아닌 점을 들었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안 전 지사측은 항소심에서도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반대로 1심 재판부가 위력의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며 맞서고 있다. 천정아 법무법인 소현 변호사는 “사장이 회사에서는 위력이 있고 사석에서는 위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위력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피해자에게 위력이 행사되고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안 전 지사 판결은 피해자와의 관계를 감안하면 업무상 위력이 인정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다른 사례와는 결이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1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탄핵한 부분이 있다”며 “즉 서로가 어느정도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는 업무상 위력이 인정되느냐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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