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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표의 감정쓰레기통"…스타트업 직장 괴롭힘 52.5% 달해

김현아 기자I 2021.06.06 16:00:00

(사)직장갑질119,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활동중
2017년 11월 출범…140명의 노무사, 변호사가 무료로 활동
이메일 제보받으니 직장괴롭힘 52.5%, 신고 불이익 31%
스타트업 ‘잘난’ 상사의 폭언·모욕·무시 심각
직장내 갑질금지법 10월 14일 시행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카카오톡, 밴드에 만들어진 직장갑질119 오픈채팅방


MZ 세대가 많이 일하는 스타트업(초기벤처)에도 직장내 갑질이 심각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대기업보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자랑하지만, 실상은 ‘잘난’ 대표와 상사의 폭언과 모욕, 무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14일 갑질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용자나 사용자의 친인척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돼 스타트업들의 인식 변화를 앞당기지 주목된다.

(사)직장갑질119가 2021년 1~5월 동안 진행한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014건을 확인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532건으로 52.5%에 달했다.

(사)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 출범했는데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가 무료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이메일 제보를 받고 카카오톡과 밴드에서 오픈채팅방도 운영 중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유형별로 보면 ▲따돌림/차별/보복(54.7%)▲부당지시(52.3%)▲폭행/폭언(51.1%)▲모욕/명예훼손(37.8%) 순이었다.

신고 이후 대책도 허술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는데(200명) 피해자 보호 등 조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응답이 78명으로 39.0%에 달했고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도 62명으로 31.0%에 이르렀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갑질 신고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된다’고 돼 있고,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 정부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의 근로 실태와 직장내 갑질 문제를 전수 조사하고, 특별근로감독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①스타트업 ‘잘난’ 상사의 폭언·모욕·무시

신고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은 ‘잘난’ 스타트업 상사의 폭언과 모욕이다. ‘야 너 할 줄 아는 게 뭐야?’, ‘일을 어디서 그따위로 배웠어?’ ‘오늘부터 밤 새워 일해 볼래?’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제보자 A씨는 “대표에게 상사의 폭언에 대해 상의했더니 조사도 하지 않고 폭행을 유발하는 사람도 잘못일 수 있다고 했다. 정보통신 기술은 배웠는데 노동법은 배우지 못한 사장”이라고 억울해했다.

(사)직장갑질119는 상사의 갑질은 회사에, 대표이사의 갑질은 노동청에 신고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②업무 능력 조롱하며 시말서 쓰게 해

또 다른 사례는 8시에 출근해 점심시간도 없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휴일에도 출근했지만 능력을 문제 삼아 시말서를 쓰게 하고 보직을 바꾼 사례다.

B씨는 “생산성이 낮아 야근한다고 하면서 모든 직원들이 있는 앞에서 조롱했다.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시말서를 쓰게 하고, 연봉을 40% 삭감하고, 제 보직을 변경해 아르바이트가 하는 일을 시켰다. 우울감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스타트업은 이래도 되는가?”라고 하소연했다.

C씨는 “사장이 제 업무를 물었는데 바로 대답을 못하자 공부해 시험을 보라고 했다. 다른 직원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사장은 최상위권 대학원 출신이 아니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고 비판했다.

③사장의 감정쓰레기통 돼버린 경우도

D씨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입사했으나 전공 분야가 아닌 업무를 시켰지만 열심히 일했다”며 “그러나 대표는 자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화를 내고 소리 질렀다. 대표의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당하며 그만둔 직원들이 여럿이다. 신입 직원 앞에서 모욕을 줘 죽고 싶었다”고 했다.

E씨는 “팀 변동이 있으면서 팀장 업무에서 배제하고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과 같은 인턴 업무를 주면서 직원들 앞에서 모욕감을 줬다. 파트장이 노골적으로 따돌리자 다른 직원들도 저를 왕따 시켰다. 대표이사에게 괴롭힘을 얘기했지만 아무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스타트업의 기업문화가 갑질에 더 노출될 수 있는 이유는 주어진 일만 하면 되는 대기업과 달리 업무 영역 경계가 모호하고 일의 절대량도 많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능력지상주의에 빠진 CEO들, 안하무인식 직원 가해

능력 지상주의에 빠진 일부 CEO들의 폭언은 MZ세대들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

(사)직장갑질119는 “스타트업의 경우 직장갑질 가해자는 대표가 많다”면서 “스타트업이라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대표도 있고, 직원들을 학생 대하듯 무시하는 사장도 있다.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믿고, 능력이 부족한 직원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연봉을 깎고 쫓아내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대한민국 대표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네이버는 사외이사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 등 4명을 직무 정지했다.

카카오의 한 임원은 직원의 업무 인수인계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이유로 폭언과 윗옷을 붙잡고 끌고 다녀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처분을 받았다.

(사)직장갑질119는 “정부는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금, 바우처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제 정부지원금을 받는 스타트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직장갑질 실태를 조사하고, 심각한 기업에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직장갑질을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직장내 갑질금지법 10월 14일 시행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개정돼 10월14일부터 시행된다.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일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갑질 신고 시 의무사항에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조사 △비밀유지 조항이 추가됐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신고 시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 △괴롭힘 확인시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 유지 등 조사·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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