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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25시]급히먹다 체할라..'유치원 열사' 박용진, 아쉬운 전략부재

임현영 기자I 2018.12.01 14:30:12

한국당-업계 등 반발에 표류하는 3법
회계투명성 강화 취지에 모두 공감해
그러나 다소 거칠게 추진한다는 비판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투명성 강화 명분으로 입법 추진하는 이른바 ‘박용진 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유치원 3법’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과의 이견은 물론 이해당사자인 유치원 업계의 반발을 맞닥뜨렸기 때문입니다.

3법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작품입니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동안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해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여세를 몰아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박용진 3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연내 통과가 확실시되는 듯 했으나, 법안심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입장 차이가 만만치 않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당사자인 유치원 업계의 반발입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한유총)은 3법을 통과시킬 경우 폐원도 불사르겠다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취지는 좋습니다.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법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방법입니다. 다소 거칠고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해당사자인 유치원 업계를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옵니다.

3법은 ‘선악구도’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립유치원 업계 전체를 ‘나쁜집단’으로 몰고가는 듯한 구도였습니다. 덕분에 국민들의 빠른 관심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지만 ‘악’으로 상정된 당사자는 억울하고 답답해하는 상황입니다. 한유총의 극단적인 반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박 의원은 다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선량한 사립유치원 운영자도 많다.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싶다”고 설명했지만 한유총과 전투하는 모습처럼 비춰진 것이 사실입니다.

3법에 대한 의견을 듣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태도도 아쉽습니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현실 속의 이해당사자들에게 당장의 준수를 강요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무조건 지키라’는 강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의 충분한 설득과 의견 수렴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뜨거운 감자’로 통하는 사유재산 인정 여부가 대표적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을 좁힐 방법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해 이낙연 총리마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측면과 사유재산의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박 의원은 오히려 “시의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맞받아쳤습니다. 다른 의견에 귀를 막는 듯한 태도로 읽혀 아쉽습니다.

정치는 ‘종합예술’로 불립니다. 당위성만으로 해결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선 이성과 감성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이른바 정치력이라 불리는 영역입니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방’을 터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유연한 전술도 필요합니다. 대다수 시민들은 박 의원의 진정성을 공감할 겁니다. 그러나 세상 일이 진심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우회로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유치원 3법 반대 서명 공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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