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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카드사 입사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김동욱 기자I 2015.01.18 16:01:45

신입채용 3년간 40% 급감
인터넷뱅킹·정년 확대 여파
금융권 올 신입정원 줄 듯
농협·신한銀 "확대 어려워"
SC·씨티 등 외국계는 '0명'
비씨·신한카드 "예년 수준"
우리카드는 채용계획 없어

△금융권 각 사 취합 (대졸 공채 기준)
[이데일리 김동욱 정다슬 기자]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김모(30)씨는 은행에 입사하기 위해 2년을 매달렸지만 번번이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합격 확률을 높이려고 금융 3종 자격증도 열심히 땄지만 소용없었다. 김씨는 올해 은행 입사를 목표로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올해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은행들이 해마다 대졸 공채 인원을 줄이는 추세여서 은행 입사는 곧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손꼽는 금융권 최고 인기 직장인 은행·카드사의 입사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기회복이 불확실한데다 내년부터 정년연장제가 도입되는 등 구조적 요인으로 금융사들이 신규 채용인력을 대거 줄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거래 등 비대면 거래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점포 수가 줄어들고 있는 은행권엔 향후 신입 직원 채용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은행 신규 채용인력 3년새 40% 줄어

최근 몇 년 새 은행들은 줄어드는 수익성 악화를 대비하기 위해 신규 채용인력을 대폭 줄여왔다. 이데일리가 18일 신한·국민·우리·하나·외환·기업·농협·한국씨티·한국SC은행·수협 등 시중은행 10곳의 최근 3년간 신규 채용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 기간 은행들은 신입 행원 수를 4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만해도 이들 은행은 신규로 2985명을 채용했지만 2014년에는 1763명으로 1222명(40%) 급감했다.

한국SC,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아예 신입행원을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상·하반기 한 차례씩 진행하던 신입 공채를 지난해부터 한 차례만 실시하고 있다. 매년 평균 420여 명씩 신입행원을 뽑았지만 지난해 입사한 신입행원은 절반 수준인 220명에 불과하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아예 신입공채를 치르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2012년 새로 출범하면서 1000여명 신입행원을 뽑았지만 최근엔 신입공채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

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신입직원을 뽑지 않았고 우리카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신입사원 채용계획이 없다. 한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국내에선 카드사 간 경쟁이 치열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고 이미 인력이 충분해 신입을 뽑을 여력이 없다”며 “최근 핀테크처럼 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준비 중이지만 이런 분야는 전문가 영역이라 신입을 뽑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올해 금융권 취업문 뚫기 더 어렵다

올해 채용규모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신입 채용을 늘렸던 국민은행은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이 올해도 이어진다고 볼 때 은행 입장에서 신규 채용 인력을 늘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채용 인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경기 등을 고려할 때 채용인원을 늘리는 건 어렵다”고 귀띔했다. 한국SC,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도 올해 신입행원 채용 계획이 없다.

금융권은 앞으로 신입 직원을 뽑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정년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늘어나면서 고령 인력을 관리하는 비용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사는 전체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 신규 채용인력을 줄이면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은행이 인력을 관리하는데 들인 비용(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은 9조 1319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수협은행을 시작으로 임금피크제 시행시기가 점점 늦춰지는 추세여서 은행들로선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들은 매년 나가는 인원만큼 신입직원을 뽑는데 앞으로 나가는 인원이 줄면 그만큼 신입을 뽑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금융사 대부분은 호봉제를 도입해 매년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라며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는 한 고용을 늘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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