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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방송 3법 거부안 의결…"노조 특혜·방송 공정성 훼손"(종합)

이지은 기자I 2023.12.01 09:27:09

한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본회의 통과 22일 만
"노란봉투법, 산업현장 갈등 야기…경제 어려움 초래"
"방송 3법, 편향적 이사회 우려…기능 형해화 위험"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1회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국회에서 두 법안이 통과한 지 22일 만이다.

앞서 두 법안은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지난달 9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약 일주일 뒤인 17일 정부로 이송된 뒤 오는 2일까지가 처리 시한이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그간 정부는 여러 차례 개정안의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서 설명했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번 개정안들이 과연 모든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개정안이 국민·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 각계각층의 의견을 편견 없이 경청했고, 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거듭 심사숙고했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두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가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해 해석을 둘러싸고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명확한 개념으로 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쟁의 대상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조정이나 사법적인 절차, 공식적인 중재 기구 등을 통해 해결해오던 사안까지도 모두 파업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됐다”며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이 어떠한 사안이건 대화와 타협보다는 실력 행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개정안은 유독 노동조합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가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총리는 방송 3법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와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되고,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함으로써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해당 안건을 곧바로 재가하는 방식으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라면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5월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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