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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흙 파내서…인도서 붕괴된 터널 갇혔던 41명 전원 구조

김겨레 기자I 2023.11.29 09:23:23

'쥐구멍 파기 기술'로 파이프 설치해 구조
사상자 없이 16일 만에 전원 무사 생환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인도에서 산사태로 터널이 붕괴되며 갇혔던 노동자 41명이 16일 만에 전원 구조됐다.

인도 우타라칸드 주 터널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출된 건설 노동자(왼쪽)이 푸쉬카르 싱 다미 주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AFP)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도로교통부는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 주 우타카시 지역에서 산사태로 무너진 터널에 갇혀 있었던 노동자 41명이 모두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기하던 응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람은 없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2일 오전 6시께 고속도로에 건설 중이던 터널에서 발생했다. 산사태로 터널 입구 천장이 무너져내려 터널 안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8.5m 높이, 2㎞ 길이의 터널 구간에 갇혔다. 터널에는 비상구도 없었다.

구조대는 사고 직후 잔해 속으로 관을 넣어 노동자들이 고립된 지점까지 닿게 한 뒤 이를 통해 음식과 물, 의약품, 산소를 공급했다. 이 관을 통해 내시경 카메라 렌즈로 노동자들의 생존도 확인했다. 터널 밖에는 12명의 의사들이 대기하며 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구조대는 사람이 기어나올 수 있는 직경 80cm의 금속 파이프를 터널 잔해에 설치해 이들을 탈출시키려 시도했다. 하지만 산사태로 쌓인 흙더미가 땅을 파는데 방해가 되고 드릴 기계가 고장나면서 구조가 지연됐다. 무너진 터널 잔해 속의 금속 대들보가 드릴 기계와 부딪히기도 했다.

결국 구조대원들은 지난 24일부터 맨손으로 흙을 파내는 ‘쥐구멍 파기 기술’로 파이프를 전진시켰다. 이는 과거 좁은 통로에서 석탄 매장지에 접근하는데 쓰였던 다소 원시적이고 위험한 방법이었다. 구조대는 장비로 땅을 파 금속 파이프를 47m를 전진시켰고, 나머지 부분인 10~12m는 쥐구멍 파기 기술로 마무리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터널에 갇혔던 인부들의 용기와 인내심이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고 말하고 싶다”며 “어려운 시기에 노동자들의 가족들이 보여준 인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또 구조된 노동자들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했다.

인도 도로교통부는 이번 사고를 계끼로 인도 전역에 건설 중인 29개 터널에 대해 안전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무너졌던 터널이 위치한 고속도로 공사가 히말라야 산맥 상류 지역의 취약한 지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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