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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경제계 파트너로 '文 패싱' 전경련 낙점?…미묘한 파장

이준기 기자I 2022.03.20 14:41:14

尹 당선인·경제 5단체장, 21일 오찬 회동
인수위, 전경련에 사실상 주최측 역할 부여
나머지 단체들 "대표성 없다" 부글부글
'상석 잡아라'…회동 자리 놓고도 신경전
재계 "한목소리 내야 하는데 파열음이라니"

[이데일리 이준기 김상윤 기자] “지난 5년은 쇄신의 시간이었다. 조심스레 과거 위상을 되찾길 기대하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 “4대 그룹이 탈퇴한 전경련이 경제계를 대표할 순 없다.”(A경제단체 관계자)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5단체장 간 오찬 회동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을 회동 대상에 포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주최 측 역할을 맡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계 안팎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의 진앙으로 찍혀 문재인정부 5년간 ‘패싱’ 논란에 휘말렸던 전경련이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경제단체들은 회원사 재계 순위 및 영향력, 국민감정 등을 고려했을 때 전경련의 조기 등판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 맏형 자리를 놓고 경제단체 간 기싸움이 커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권태신 부회장이 움직였다”

사실 각 경제단체는 대선 직후부터 윤 당선인과의 만남을 개별적으로 물밑에서 추진해왔다. 당선인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단체가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가늠하는 일종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다 향후 정부와 소통 창구 역할을 맡을 공산이 커 그만큼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중소기업중앙회가 가장 먼저 윤 당선인을 초청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원래 중기중앙회 측이 윤 당선인 초청을 먼저 시도했고 인수위로부터 ‘알겠다’는 확답도 받았던 것으로 안다”며 “나머지 단체들도 ‘중소기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인수위 핵심관계자를 통해 5단체장을 다 같이 보자는 의견을 냈고 인수위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상황이 급반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인수위 측은 전경련에 회동 주선을 요청했고 전경련이 나머지 경제단체들에 연락해 참석 여부를 회신받았다고 한다. 사실상 전경련이 주최 측으로 비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에서 ‘버림받은 조직’으로 치부되며 최악의 나날을 보내왔다. 국정농단 사태의 후폭풍은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차떼기 등의 사태를 넘어섰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당시에는 거론되지 않았던 ‘전경련 해체’ 주장까지 나왔다. 여론의 질타 속에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수입은 반 토막이 됐고 임직원 수는 40% 넘게 줄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를 기업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했고 재계의 맏형 역할은 자연스레 대한상의의 차지였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지난해 10월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본부를 둔 아세안·동아시아경제연구센터(ERIA) 온라인 이사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목소리 내도 모자랄 판에”

재계 안팎에선 새 정부 들어 전경련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긴 했으나 이처럼 급격하게 전개될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각 경제단체가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對) 정부 소통 등 대외협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각 경제단체는 이번 오찬 회동에서 자리를 놓고도 신경전을 펴고 있다. 윤 당선인과 마주하는 자리, 즉 상석에 앉는 단체가 맏형 노릇을 할 것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생각이다. 회동 참석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규제혁파 등 경제단체들의 단일대오 목소리를 기대하고 있다”며 “특정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게 아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부의 협조를 요구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파열음이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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