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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를 묻자 “쑥스럽다”며 말문을 뗀 뒤 “후배들도 역사를 기억하며 불의에 맞설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978년 입학한 이씨는 3학년 때인 1980년 봄부터 남몰래 군부독재에 맞선 교내 반정부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광주민주화항쟁 기간 벌어진 군·경의 무력 진압에 시민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비보(悲報)를 접한 이씨는 총궐기를 계획하고 뜻이 맞는 학생 1500명을 규합했다.
하지만 거사 당일인 5월 27일 이들이 교문을 나서기도 전 군이 학교를 포위했고 교사들도 안전을 이유로 막아섰다.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 교내 강당에 모여 시국토론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신흥 5·27 민주화 운동’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1주일간 휴교령이 내려졌다. 또 시위를 주도한 27명의 학생은 정학부터 퇴학에 이르기까지 중징계를 받았다.
이 일로 4명은 제때 졸업을 하지 못했다. 이우봉·이강희(54)씨는 전주 시내를 돌며 유인물을 돌리다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붙잡혀 옥고를 치르다 퇴학당했다. 이성호씨는 부당한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문을 박차고 나선 뒤 학교로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
30년이 흘러 지난 2010년 학교 측이 징계 무효를 선언, 이우봉·이강희씨는 이듬해 명예 졸업장을 받았지만 이성호씨의 사연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동기들이 백방으로 뛰어 관련 서류를 준비해 학교 측에 신청했고 총동문회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교무회의에서 최근 명예 졸업장을 수여키로 했다. 임희종 교감은 “동시대를 산 이에게는 정의 구현이, 이 시대를 살아갈 예비 졸업생들에게는 생생한 역사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정고시로 연세대 신학과에 입학한 이씨는 이제 어엿한 교육 사업가가 됐다. 이씨의 명예 졸업식에는 ‘신흥 5·27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이 대거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