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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계약의 시작점은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이 삼성SDI 배터리 공장에 정 회장을 초청했고 두 사람은 향후 현대·기아차가 생산할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를 쓸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그동안 국내 배터리 업체 중 LG에너지솔루션·SK온으로부터만 배터리를 공급받아왔다. 현대차가 사용하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두 회사가 만들고 삼성SDI는 주로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번 계약으로 다양한 폼팩터(형태)의 배터리를 확보하며 전기차 형태 다변화를 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SDI는 이번 계약을 통해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이자 ‘글로벌 빅3’인 현대차를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하는 한편, 향후 협력 확대 기회를 열어 둠으로써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대차의 각형 배터리를 통한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가 가능해졌고, 이는 각형 배터리 채용을 확대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향후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선행 개발 등 협력관계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현대차에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공급하게 된다. P6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1%로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P6는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자동차의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생산 규모와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그간의 삼성SDI 거래 규모 등을 봤을 때 고성능 전기차(80kWh 배터리 탑재)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약 40GWh(기가와트시) 물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급 시기가 2026년으로 3년이 남은 만큼 배터리가 탑재되는 차종 역시 아직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현대차와의 전략적 협력의 첫발을 내디뎠다”며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로 장기적인 협력 확대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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