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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극복한 日 과소평가 말아야…협력의 축 늘릴 때"

김정남 기자I 2018.11.17 07:32:50

'日경제 전문가' 이지평 수석연구위원
"대법원 판결 이후…日, 혐한 분위기"
"日기업 경쟁력 더 강화…韓산업 우려"
"日의 亞 네트워크서 소외될 우려도"
"역사 문제와 별도로 경제 협력해야"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지난 4월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장기불황을 극복한 일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협력의 축을 늘릴 때입니다.”

일본 경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6일 국가미래연구원 기고문을 통해 “한·일간에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지만 이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국제사회의 규칙에 맞게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두 나라간 냉각 기류가 대두되는데 따른 것이다.

아베 정권 이후 일본 내 혐한(嫌韓) 분위기는 유독 심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일(對日) 수출은 268억달러 규모로 2012년(388억달러) 대비 약 30% 급감했다. 일본 재무성 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한국 직접 투자도 같은 기간 40억달러에서 17억달러로 반토막 이상이 났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기업의 담당자들도 계속되는 양국간 마찰이 부담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도 일본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제 일본 대기업으로부터 배울 것은 없다고 말할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이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장기불황을 극복한 일본 기업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한 한국 주력 산업의 향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도요타가 그 상징이다. 도요타는 올해 전반기(일본 기준 4~9월) 사상 최대 매출(14조6740억엔)을 올렸다. ‘실적 쇼크’에 직면한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와 대조된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한일 자동차 산업의 재역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력의 변화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일본 기업의 잠재력은 일본 외에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체제 차원에서 평가하는 시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방대한 규모로 확장됐고 그 구매력은 일본의 수입 규모 이상으로 확대됐다. 2016년 일본의 전체 수입 규모는 71조5999억엔이었으나 일본 기업 해외거점의 연간 조달 금액은 181조6000억엔에 달한다”며 “한국의 중국 동남아 미국 등에 대한 수출 중에는 현지 일본 기업의 영향에 의한 것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아울러 “앞으로 미국과 중국간 마찰이 심화하면서 일본과 중국간 관계가 강화되면 각종 산업 규격이나 차세대 연구개발에서 양국이 협력할 것”이라며 “(중국 외에) 아세안(ASEAN·종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인도로 확장되고 있는 일본의 아시아 역내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한국이 소외될 경우 위협이 확대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한일간 각종 현안 문제와 별도로 경제와 문화에서 각종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역사적 문제의 해결과 함께 경제 관계가 증진될 수 있는 다축적(多軸的)인 관계에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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