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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 공급을 도맡은 공기업 한전은 최근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전기공급 신청으로 골머리를 썩여 왔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한전에는 2029년 이내에 730여 데이터센터 관련 전기공급 신청이 접수됐다. 전기 수요로 환산하면 49.4기가와트(GW) 규모다. 한전이 이에 맞춰 전기를 공급하려면 현재 국내 전체 전기 최대수요(약 103GW)보다 공급량을 1.5배 이상 늘려야 하는, 사실상 불가능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더욱이 이들 수요의 상당수는 수도권에 몰려 있어 발전은 물론 송·배전 측면에서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전영상 한전 상임감사위원은 현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신청 일부가 실수요자가 아닌 부동산 개발 차익을 노린 ‘허수’가 있다고 보고 특별감사를 벌였고, 감사 결과 3분의 2 이상이 허수였음을 확인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 2월까지 3년2개월간 한전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1001건 중 678건(67.7%)는 실수요 고객이 아니었다. 한 사업자가 무려 28곳에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신청을 하거나, 한 곳에 6개 사업자가 동시에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또 33개 사업자는 한전이 전력공급을 승인한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전기사용 계약을 하지 않았고, 계약 후 반년이 지나도록 실제 전기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3건 있었다.
이 같은 부동산개발업자 등의 ‘허수’ 신청이 한전의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상 과투자를 초래해 국가 전체에 부담을 안기고, 오히려 실수요자의 전력 공급을 늦출 수 있다는 게 한전의 판단이다.
한전은 이에 관련 절차를 강화해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시점부터 토지·건축물 소유자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실수요 목적이 아닌 고객의 신청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장기간 공급 용량을 선점하는 기존 고객의 전기사용 신청을 반려하고 전기사용계약 해지도 추진한다.
전영상 상임감사위원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기·용수·통신 네트워크 설비를 갖춘 곳을 데이터센터 설립 권장지구로 지정하고 부동산 투기 억제 조치와 전력공급 패스트 트랙 제도 도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정책 추진을 위해 정부에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기관 협의기구 구성 추진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