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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맛보기]탄핵 기각 후 최대 난제…12월 대선은 예정대로?

김성곤 기자I 2017.03.04 15:47:10

헌재 탄핵인용 전망 우세…탄핵 기각시 대혼란 예상
보수의 대반격 불가피…촛불민심, 하야시위 격화
12월 대선 실시…진보·보수 격돌로 심리적 내전 양상
‘4월 퇴진·6월 대선’ 여야 합의…가능성은 여전히 희박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태극기 집회가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정말 초읽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입니다. 탄핵인용 아니면 탄핵기각입니다. 탄핵이 인용되면 정국은 차기 대선국면으로 급속하게 이동합니다. 대통령 지지층이나 태극기민심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헌법이 정한 대로 60일 이내에 차기 대선이 실시됩니다. 여야 모두 차기 대선에 올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여론, 여야 정치권의 분위기, 언론 전망 등을 종합할 때 탄핵 인용 전망이 우세합니다. 국민 80%라는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 속에서 헌재가 설마 탄핵을 기각하겠느냐는 낙관론입니다. 관련기사-[대선 맛보기]탄핵 인용 후 최대 난제…'朴대통령 구속 vs 사면'

그러나 모든 일에 100%는 없습니다. 정반대의 경우를 가정해볼 수 있습니다. 헌재에서 탄핵기각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직무정지 상태에 놓여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석 달여 만에 대통령의 직무에 복귀합니다. 태극기집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해왔던 대통령 지지층과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정치인들은 환호성을 내지를 것입니다. 다만 탄핵찬성 여론이 여전히 80%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심각해집니다. 사실상 심리적 내전 상황을 넘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기각 시 최대 난제는 따로 있습니다. 차기 대선 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탄핵이 기각된 만큼 예정대로 12월에 대선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통치할 수 있는 정치적 권위를 완전히 상실한 만큼 여야가 정치적 협상을 통해 차기 대선 날짜를 정하는 것입니다. 어느 경우든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탄핵 기각과 12월 대선…野 패닉 속 허탈감 vs 與 보수의 재반격 다짐

탄핵이 기각되면 헌정공백 상태는 표면적으로 마무리됩니다.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를 벗어나 국정운영에 복귀합니다. 다시 말해 2013년 2월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2018년 2월 14일까지 대통령 임기를 마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탄핵 인용에 대비해 5월초로 예상했던 차기 대선은 어떻게 될까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대선은 무조건 12월에 열립니다. 3월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9개월의 시간이 남습니다. 대통령이 자진사퇴하지 않은 이상 12월 대선은 막을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정권교체를 눈앞에 뒀던 진보진영과 야권은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말로는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탄핵기각’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민주당 소속 대선주자는 물론 안철수, 손학규, 천정배 등 국민의당 대선주자와 유승민, 남경필 등 바른정당 소속 대선주자는 사실상 5월초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전력투구를 해왔습니다. 언론 인터뷰, 정책발표, 전국 현장방문 등 거의 매일 대선 본선과 마찬가지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강행군을 이어왔습니다. 차기 대선은 2개월 정도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7개월의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촛불민심으로 표현되는 야권 지지층의 반발입니다. 탄핵이 기각되면 이를 수용하기보다는 대통령 하야촉구 시위에 보다 광범위하게 나설 수 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첫해 전국을 뒤흔들었던 광우병 촛불집회 때와 유사한 정국상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범보수 진영은 구사일생할 수 있습니다. 야권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가지기 되기 때문입니다. 보수진영은 사실 최순실 정국과 탄핵사태로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습니다. 탄핵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은 사실 해보나마나입니다. 현 상황은 2007년 대선 당시 야권이 직면했던 것보다 더 암울한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정권 헌납입니다. 다만 탄핵이 기각된다면 전열을 재정비해서 대반격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실낱같은 희망입니다. 그러나 야권과 진보진영은 5월초 차기대선이라는 스케줄에 맞춰 엄청나게 오버페이스를 해왔습니다. 탄핵이 기각되면 3월부터 12월 대선까지 9개월의 시간이 확보됩니다. 더구나 대통령의 국정운영 복귀와 사드배치·북핵·무역전쟁 등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미중일러 등 4강의 외교전쟁 속에서 예측불허의 메가톤급 변수들이 속출할 경우 차기 대선구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숨죽여왔던 보수로서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새로운 꿈을 꿔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12월 대선’ 현실적으로 불투명…촛불민심 하야시위 격화와 조기대선 실시

그러나 탄핵기각시 12월 대선 실시가 현실적으로 쉬운 것만도 아닙니다. 법적으로는 12월 대선이 맞지만 나라 안팎의 복잡다단한 정치·사회적 현실을 고려할 때 12월 대선이 과연 가능하냐는 점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실 따져보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직무정지 상태에서 벗어난 박근혜 대통령이 12월 대선 실시를 고집할 경우 대한민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해방 이후 극심했던 좌우익의 이념대립이 70여년이 흐른 2017년 대한민국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특히 야권 지도자들이 헌재의 탄핵기각 결정 승복을 국민들에게 호소한다한들 촛불민심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10월말 이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대한민국은 사실상 멈춰있습니다. 벌써 5개월째입니다.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대선에서 첫 과반 대통령이라는 영예를 가진 박근혜 대통령일지라도 헌재의 탄핵 기각 이후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국정운영을 위한 정치적 권위와 도덕적 신뢰를 모두 잃었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선택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보수진영이 탄핵기각을 명분으로 완강히 버티면서 12월 대선 실시를 고집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촛불민심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찬성 표결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헌재의 탄핵기각으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복귀한다 한들 대다수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후폭풍 속에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기에는 사실상 무리입니다. 쉽게 말하면 “탄핵 기각시 그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4.19 혁명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의 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자진사퇴와 조기 대선 실시로 탄핵정국이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여야 합의로 조기대선 실시…‘4월 퇴진·6월 대선’ 가능할까?

마지막으로 여야의 정치적 합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찬성 표결 이전에 나돌았던 정치적 시나리오의 재등장입니다.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12월 대선 실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과 무엇보다 탄핵기각에 따른 국정혼란 방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4월 퇴진 및 6월 조기 대선 실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 상황이나 여야협상에 따라 5월 퇴진·7월 대선 또는 6월 퇴진·8월 대선 등 다양한 방안을 채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선 탄핵이 기각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야할 법적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 특검 수사 및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를 감안할 때 자진하야는 선택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역시 직무에 복귀하더라도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쉽지 않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이어 여야의 정치적 협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점입니다. 탄핵기각시 자유한국당의 스탠스는 보다 완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은 불가능한 정치협상에 매달리기보다는 오히려 광장으로 달려나가 촛불민심과 결합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아울러 대통령 자진사퇴에 따른 조기 대선 실시 문제는 여야의 정치적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 퇴임 후 신변보장’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상황은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탄핵열차는 종착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탄핵인용, 탄핵기각 등 어떤 결과든 미증유의 대혼란은 예고돼 있습니다. 해방 공간에서 나타났던 극단의 혼란상과 물리적 충돌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차기 대선주자, 여야 정당 등 정치권이 솔로몬의 지혜를 도출해낼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해야 합니다. 그것은 국민의 명령입니다. 그리고 내우외환의 위기에서 리더십 장기 실종상태의 대한민국이 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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