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러다 같이 죽을라'..이마트-쿠팡, 배송경쟁 속도조절 中

임현영 기자I 2016.07.26 09:06:41

이마트, 무료 배송기준 상향..사실상 배송비 인상
쿠팡 로켓배송 지연 사례 늘어..인력 부족 드러내
더 이상의 '출혈경쟁'은 무리라는 판단 작용한 듯

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김포점(NE.O 002)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올 초 최저가에 이어 빠른 배송으로 이어진 이마트·쿠팡의 물량공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최소한으로 책정했던 무료배송 기준을 올리는가 하면 과도한 물량에 배송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경쟁의 부작용이 포착되고 있다.

수도권 물류센터 건립과 판촉 프로모션 등 대규모 투자에 따른 출혈경쟁에 부담을 느낀 두 업체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이마트에 따르면 자체 온라인몰 ‘이마트몰’은 지난 18일부터 무료 배송기준을 3만원에서 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당일배송(4만원)을 제외한 경우 3만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이 가능했으나 이젠 당일·익일 배송에 대한 차등 없이 4만원 이상 주문해야 무료다. 트레이더스몰 역시 10만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1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배송비가 전반적으로 오른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그동안 이마트몰을 온라인 쇼핑 시장에 안착시키고자 배송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해왔다”면서 “이제 어느 정도 시장에 정착했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라 보다 개선된 서비스를 위해 배송료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간판인 ‘로켓배송’이 지연되는 사례도 꾸준히 목격되고 있다.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주부 한 모씨는 최근 처음으로 ‘배송 보상금’을 받았다. 과도한 물량에 비해 배송 인력이 부족해 실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로켓배송은 ‘익일배송’을 모토로 자체 인력(쿠팡맨)으로 물건을 배송해주는 쿠팡의 대표 서비스다.

실제로 쿠팡맨들은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쿠팡맨 A씨는 “물량은 많고 사람은 점점 빠져나가 업무량이 가중되다 보니 실수가 잦아지고 있다”면서 “매일 11시에는 퇴근해야 겨우 배송물량을 맞출 수 있어 삶의 질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추가 근무수당을 챙기긴 하지만 일이 워낙 힘들다고 알려져 동종 업계에서 쿠팡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맨(로켓배송 인력)을 상시 채용해 배송 인력을 채우는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초 배송 물량에 비해 처우가 낮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배송 인력에 대한 내부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최소 단가·빠른 배송’을 모토로 배송경쟁을 벌여온 이마트·쿠팡이 공세수위를 낮추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 살 깎아먹기’로 감행해온 배송전쟁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 사는 적자폭이 깊어지기 전에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앞서 이마트·쿠팡은 작년부터 온라인 쇼핑의 주도권을 잡고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쿠팡은 지난 4월 인천과 덕평에 9만9173㎡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 2개를 오픈했다. 센터 1개당 축구장 14개를 합친 크기로 국내 최대규모다. 이미 16개 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은 연말까지 2개 물류센터를 더 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인력 채용·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하면 이미 수천억원을 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도 지난 2월 김포에 온라인 주문 전용 물류센터를 열었다. 이로써 2014년 오픈한 용인 보정센터와 함께 2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갖추게 됐다. 1·2호점 건설비용만 약 3000억원에 이른다. 할인쿠폰 등 판촉비용을 더하면 금액은 더 불어난다.

두 회사의 물량공세는 적자로 이어졌다. 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몰의 지난 2분기 총 매출액은 전년대비 25% 뛰었지만 60억~70억원의 영업손실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쿠팡의 작년 영업손실은 5470억원으로 작년(1215억원 손실) 적자폭보다 4배 이상 고꾸라졌다. 양 측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에 따른 손실”이라고 적자를 설명하지만 업계는 두 회사의 손실이 이보다 더 커지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쿠팡 모두 추가 지출을 감행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듯 보인다”면서 “배송 치킨게임을 벗어나 당분간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