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입주를 앞둔 대구 달서구 죽전동 ‘죽전역 시티프라디움’에선 마피 물건을 찾기 어렵지 않다.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저렴한 물건도 수두룩하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최저 5억2980만원에 물건이 나왔는데 2년 전 분양했던 가격보다 5000만원 낮은 값이다.
부산에서도 마피 물건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20년 1억5489만원에 분양했던 부산 연제구 연산동 ‘시청역 삼정그린코아 포레스트’ 전용 35㎡형은 최근 호가가 1억5289만원까지 내려갔다. 매도자는 처음에 분양가보다 100만원 웃돈을 붙여 물건을 내놨지만 매수자가 나오지 않자 밑지고 분양권을 전매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분양권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는 건 입주 물량은 늘어나는 데 미분양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데이터 회사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2021~2025년 비수도권 광역시(세종 포함)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는 30만9970가구다. 이 회사가 추산한 정상 수요(25만5431가구)보다 5만가구 이상 많다. 특히 대구는 과잉 공급(입주량-예상 수요)이 4만8406가구에 이른다.
이처럼 수요 이상으로 공급이 몰리면서 미분양도 급증하고 있다. 4월 말 기준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2만4210가구다. 1년 전(1만4209가구)보다 1만가구 넘게 늘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비수도권 아파트는 올 들어 0.61% 떨어졌다. 전국 평균(-0.10%)보다 낙폭이 크다. 대구 달서구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공급이 몰리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까 급하게 분양권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망도 어둡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6월 분양전망지수는 70.9로 전달(87.9)보다 17.0포인트(p) 낮아졌다. 분양전망지수가 낮으면 낮을수록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사업자가 많다는 뜻이다.
분양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분양권을 사고 팔 때 양도소득세율 최고 70%까지 매기는 등 규제를 풀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주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규제 지역 조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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