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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바그너그룹, 레바논 헤즈볼라에 방공망 지원 계획

방성훈 기자I 2023.11.03 08:44:46

美당국 첩보 입수…러 미사일 방어 시스템 SA-22 지원
시리아 내 바그너 용병이 전달 예정…전달여부는 아직
시리아 내전처럼…美 vs 이란 대리전 가능성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이 이란의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전개됐던 시리아 내전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SA-22.(사진=AFP)


WSJ이 미국 정보당국이 입수한 첩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산 SA-22 시스템을 헤즈볼라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대공포와 지대공미사일을 탑재한 전차 형태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최대 20㎞ 이내 전투기와 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다. 러시아에선 판치르 S-1이라고 불린다. 이스라엘의 제공권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SA-22 시스템을 헤즈볼라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헤즈볼라에 전달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바그너그룹과 헤즈볼라 간 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관련 정보가 없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3일에 공개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관련 단서가 나올 것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소식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북부 전선을 구축하는 등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헤즈볼라는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자 즉각 하마스에 연대를 표명하고 지지·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후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역에서 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집중 포격해 군사기지 등 19곳을 공격했다. 미국은 헤즈볼라와 이란의 전쟁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동지중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했다.

한편 일각에선 러시아의 헤즈볼라에 대한 무기 제공이 현실화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 이란 등이 개입해 대리전을 펼쳤던 시리아 내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와 이란, 헤즈볼라가 시리아 정부군을, 미국이 반군을 각각 지원했다. 아울러 헤즈볼라와 바그너그룹은 시리아 내전 당시 긴밀히 협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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