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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된 의사의 상당수는 마약류로 분류되는 의약품을 과도하게 처방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우울증 등의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 알프라졸람, 수면유도제인 졸피뎀, 공황장애 등의 치료용도로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 클로나제팜, 항불안제 로라제팜 등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처방한 사실이 많이 적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부터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시술의 수면마취를 빙자해 약 200차례, 총 5억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적으로 매수·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수십 차례에 걸쳐 타인 명의로 수면제 약 1000정을 불법 처방 받아 투약한 혐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유아인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한 의사가 ‘셀프 처방’해 자신도 프로포폴을 투약한 정황도 확인되는 등 의사 10여명이 입건됐다.
또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모(28)씨, 주차 시비가 붙어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강남 람보르기니 사건 피의자 홍모(30)씨도 범행 전후 병원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방문했던 병원의 의사들 역시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경찰 조사로 이어진 사건들 뿐만 아니라 병원을 통한 마약류의 일상 침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는 여러 곳을 통해 확인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1946만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후 최다다. 치료 목적으로 이를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오남용으로 늘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일반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병원에서 마약류 오남용이 발생할 경우 마약의 침투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 중 2020년 323명 수준이던 ‘학생’은 2021년 346명, 2022년 380명으로 늘어났고, 올해엔 8월까지 641명으로 폭증세를 보였다. ‘전업주부’ 마약사범 역시 같은 기간 120~200명을 오가다 올해 238명으로 크게 늘었다. 연령별로도 10대(2022년 294명, 올해 8월까지 659명)와 60대 이상(1829명, 3046명)에서 큰 폭의 증가 추세가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병원에 대한 단속 강화를 공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 관련 운전 등 범죄 척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병원 취급 마약류에 대해선 관계 기관과 협의해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청 차장을 지낸 임호선 의원은 “누구보다 마약류 접근이 쉬운 의사들이 마약범죄에 손을 대는 순간 마약접근성은 크게 낮아진다. 평범한 학생이나 주부, 일반 사무직 종사자들의 검거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며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력에 대한 성역없는 관리·감독과 당국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