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대타협 하루만에 거부한 택시업계…감차·월급제 불안에 실무논의 `가시밭길`

손의연 기자I 2019.03.10 14:10:07

서울개인택시조합 "불법 카풀영업 빌미 될 합의안 거부"
상반기 출시예정인 플랫폼기술 접목 택시에도 의문점
"법인택시 월급제·초고령 감차, 구체적 기준없어 불안"
당장 합의안 뒤집진 않겠지만…실무기구 논의 쉽지않아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3/7 카풀 합의거부 기자회견’을 개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카풀(차량공유)서비스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택시·카풀업계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지만 구체성이 없이 택시와 카풀업계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정치적 타협이었다는 실망감이 크게 표출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개인택시 기사들을 비롯한 택시업계 일부에서는 대타협기구 합의 하루만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초고령 운전자의 감차(減車)와 그에 따른 인센티브, 사납금제 폐지에 따른 월급제 전환 등 첨예한 이슈를 다뤄야할 당정과 택시·카풀업계의 실무논의기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타협기구 45일만에 합의했지만…택시업계 반발, 실무논의기구 걸림돌

택시와 카풀업계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택시업계(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와 카카오모빌리티, 국토교통부, 더불어민주당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출범 45일 만인 지난 7일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대타협기구는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당정과 택시·카풀업계가 참여하는 실무논의기구를 조속히 설치하기로 했다. 또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거나 발의 예정인 관련 법률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대타협기구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카풀서비스를 허용하는 대신 운영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합의안에는 법인택시 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월급제를 시행하는 한편 국민 안전을 위해 초고령 운전자가 운행하는 개인택시 수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같은 합의 내용에 일부 택시기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택시업계 입장이 전부 반영되지 않은 반쪽자리 합의를 이뤘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택시업계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1항의 카풀단서조항을 삭제해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를 아예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란 정부의 영업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용을 이용해 돈을 받고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나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 2시간씩 카풀을 허용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서울 개인택시 기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아예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불법 자가용 유상 행위가 카풀 허용 시간을 틈타 성행할 수 있기 때문. 조합원 수만 해도 5만명에 이르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자가용 카풀 영업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돈을 받지 않는 순수한 의미의 카풀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리 목적의 불법 자가용 영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이번 합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전국 모든 택시단체가 이번 합의에 어떤 이의를 달지 않더라도 우리는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TF위원장 “실무논의기구에서도 합의안의 큰 틀 유지”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해 새로운 유형의 택시를 출시한다는 합의에 대해 의문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플램폼 기술이 결합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는 올해 상반기 안에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대타협기구가 내놓은 것은 공유경제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택시 산업이 제일 발전한 나라이며 요금도 저렴한 편인 만큼 카카오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택시산업으로부터 약탈하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문에 명시된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의 감차 방안과 월급제 시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정부의 택시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개선은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예를 들어 초고령 운전자에 대한 기준은 몇 살부터이며 근로시간에 맞아떨어지는 월급제의 기준이 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어 일반 기사들의 불안감만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택시업계 일부에서 대타협기구 합의에 대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타협기구 관계자들은 합의안 내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위원장은 “택시와 카풀업계가 ‘규제를 혁파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향후 진행될 실무논의기구에서도 대타협기구 합의안의 큰 틀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택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도 “택시업계에 속한 각각의 단체와 택시기사마다 합의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대타협기구의 결정을 뒤엎지는 않을 것”이라며 “두루뭉술한 부분은 추후 있을 실무논의기구에서 꼼꼼히 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