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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카다피, 파국으로 치닫는 리비아

김기훈 기자I 2011.02.23 09:36:47

[업데이트]카다피 "순교자로 죽을 것"
정부 지지세력 약화..유혈 진압 비난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리비아 유혈 사태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 거부 선언 이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화를 부르짖는 국민에 총과 칼을 겨누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카다피 정권에 정부 각료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고, 시위대의 저항 또한 커지며 리비아는 내전과 다름없는 상황에 처했다.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국영TV에 출연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카다피는 국영TV를 통한 연설에서 자신을 "혁명의 지도자" 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조국에서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 미국의 폭격으로 파손된 수도 트리폴리 관저의 건물 앞에서 이뤄진 이날 연설에서 고함을 지르고 주먹을 치는 등 시위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카다피는 시위대에 대해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이라고 칭하면서 "어리석은 배신자들은 리비아를 무질서한 곳으로 만들어 국민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향해 "거리로 나와 나를 지지해 달라"며 "깡패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을 공격하라"고 호소했다.

카다피의 연설에 앞서 정부 세력은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를 동원, 시가지에 모인 시위대를 공격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트리폴리에서 시위대와 진압군과의 충돌로 적어도 6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으며 일각에서는 150명 이상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위가 촉발된 벵가지에서는 지금껏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의 `피의 학살`에 정부 고위 관료와 외교관들도 질린 모습이다.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리비아 내무장관은 카다피 연설 직후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카다피의 연설에 "충격을 받고 실망했다"며 "이번 혁명의 응답으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유네스 장관은 "군이 국민의 적법한 요구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모하메드 아부드 알 젤레일 법무장관이 과도한 무력 진압을 규탄하며 자진해서 사퇴했으며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와 알리 아드잘리 주미 대사도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부한다고 밝히는 등 현 정권에 반기를 드는 각료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유엔(UN)도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 합의 하에 카다피 정부의 강경 진압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는 리비아 정부가 폭력적인 진압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합법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조처를 할 것을 강조하는 한편 인권과 국제인도법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카다피 정권이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폭력 진압 의지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리비아 사태는 내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정부 진압군과 시위대 간의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위대가 리비아 동부 지역 일대를 장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밖에 시위가 소강 국면을 띠던 바레인과 예멘에서도 다시 시위의 불길이 거세지며 중동 지역을 둘러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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