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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어려움 컸어요"···90대 노부부 KAIST에 200억 부동산 쾌척

강민구 기자I 2021.03.14 13:00:00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안하옥씨, 강남 빌딩 쾌척
월남해 고학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회사 일궈
김병호·조천식·손창근 회장 기부 자극 받아 결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경기도 용인시의 한 실버타운은 이른바 ‘기부 명당’으로 통한다. 기업의 총수를 역임했던 이들이 요양시설에서 이웃사촌으로 지내며, 서로 자극을 받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고액을 기부해 왔기 때문이다. 김병호(2009년), 조천식(2010년), 손창근(2017년) 회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90대 노부부까지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과 안하옥 부부다. 이들은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소재 2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KAIST에 쾌척했다. 기부한 부동산은 175평 대지 위에 지은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의 빌딩이다.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왼쪽)과 안하옥씨(오른쪽).(사진=한국과학기술원)


장성환 회장은 황해도 남촌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18살에 월남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학비를 벌어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이후 무역업에 뛰어들어 화장품 용기 제조 회사를 혼자 힘으로 일으킨 뒤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회사는 지난 1995년 중국 톈진에 제2공장을 설립했고, 에스티로더·샤넬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에 고품질·전문가용 브러쉬 등을 공급하는 업체로 발전했다.

고학(苦學)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던 그는 노후를 요양시설에서 보내며 장학사업에 재산을 쓰길 원했다. 같은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이웃사촌이면서 KAIST에 350억 원을 기부한 김병호·김삼열 부부를 보면서 기부를 결심했다. 김 회장 부부가 인재양성에 써달라며 KAIST에 기부한 사연과 취지에 감사를 전했다.

KAIST 발전재단 관계자는 “장 회장 부부가 지난 10여 년간 김 회장 부부의 기부금을 활용하고 있는 KAIST의 면면을 지켜봐 왔다”며 “국가 발전을 위해선 KAIST에 힘을 보태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보고 기부 의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5월 학교에 기부의사를 처음 밝혔고, 올해 2월말 최종적으로 기부를 확정했다. 이달 초 해당 부동산 명의 이전 절차도 마쳤다.

장 회장은 “공부하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다”며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고 나니, 우리 부부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오른팔이 되어주자고 뜻을 모으게 됐다”고 했다. 안 여사도 “부부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하다”며 “우리 부부의 기부가 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되어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전했다.

KAIST는 부부의 뜻에 따라 우수 과학기술 인재양성 사업에 재산을 쓸 계획이다. 이광형 총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주신 장 회장 부부의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기부자의 기대를 학교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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