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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철의 성공창업 노하우](2)이기는 전략, 나만의 차별화

박철근 기자I 2020.07.10 08:30:00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경영학 박사 신기철]
곤충학자 파브르(Jean Henri Fabre)는 송충이의 습성에 대해 연구했다. 송충이 몇 마리를 화분 가장자리에 놓아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돌게 했다. 화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송충이가 가장 좋아하는 솔잎가지를 놓아두었다. 화분 위 송충이들은 맹목적으로 앞서가는 송충이를 따라 화분 가장자리를 계속 돌았다.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그렇게 계속 돌던 송충이 무리는 결국 굶어 죽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 먹을거리가 쌓여 있었는데도 말이다. ‘추종자’ 습성의 비극적인 결과였다.

추종자 습성에 대한 다른 예도 있다.

게의 세계를 보자. 대광주리에 한 마리 게를 담을 때는 광주리 뚜껑을 닫아야 한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반면 여러 마리를 담은 광주리는 뚜껑이 필요 없다. 두 마리 이상이면 다들 동시에 입구로 몰려들어 빠져나갈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어느 한 마리가 도망치려고 하면 나머지 게들이 끌어당기기 때문에 결국 한 마리도 도망치지 못한다. 게는 견제하는 특성이 있다.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가. 정도는 다르지만 그들만의 추종과 견제로 비극을 맞는다.

◇추종과 경쟁의 비극

이것을 기업의 제품에 대입해 보자. 동물 생태계의 원리가 비즈니스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송충이와 게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바로 추종과 경쟁이다. 경쟁하면 그 과정에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허구임이 드러났다.

경쟁할수록 평준화가 차별화를 압도한다.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존에 비해 현격히 다르고 좋아야 한다. 월등한 차이를 만들어라. 고객, 투자자 모두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시장에 나와 있는 것보다 어느 정도 나은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월등히 좋아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를 확보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쟁, 즉 ‘모방 경쟁’은 결국 모두 한 곳을 향해 달려간다. 차별화보다는 점점 더 비슷해지는 동조화 현상에 이른다.

모방경쟁의 대표적인 사례는 식품시장의 미투상품이다. 과자시장의 초코파이, 음료시장의 보리탄산 음료와 식혜 등은 전형적인 동조화 현상을 보여준다. 시장이 커지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산업경쟁력은 떨어진다. 성숙단계에 이른 카테고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 나만의 차별화, 온리원(only one)

팝가수 ‘레이디가가’는 음악계에서 존재감이 크다. 노래를 다른 가수보다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녀는 스스로 ‘나는 베껴질 수 없다’고 말한다. 경쟁이 아닌 차별화로 유명해진 것이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경쟁을 ‘1’에서 ‘N’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기존 모범사례를 따라하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더라도 세상은 1에서 N으로 익숙한 것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여기에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줄 사람은 없다.

반대로 독점은 ‘Zero to One(무에서 유일)’이다. ‘0’에서 ‘1’이 되는 무언가 기발한 창조만이 세상을 신선하게 만든다. 어떤 기업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냈다면 그 보답은 지속 가능한 독점이윤이다.

창업기업은 자사제품이 타이레놀과 비타민 중 어느 분야에 속하는가를 봐야한다. 타이레놀은 아플 때, 비타민은 건강을 위해 먹는다. 이를 창업기업에 비유해 보자. 고객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타이레놀 제품,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비타민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고객에게 꼭 필요한 것을 파는지, 있으면 좋은 것을 파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벤처기업은 타이레놀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 이것이 곧 독점이고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창업자가 항상 추구해야 할 것이 있다. 누구도 모방하지 않고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기업을 추구해야 한다.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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